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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봉 세동강나도록 리허설"…슈텐츠의 서울시향, 확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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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봉 세동강나도록 리허설"…슈텐츠의 서울시향, 확 달라졌다

프랑스식→독일식 사운드로 변신…새 출발 의지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서울시향의 슈만 교향곡 제2번 연주를 듣는 동안 세계 정상급 독일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기름기를 뺀 담백한 음색, 일사불란한 앙상블, 오케스트라의 모든 성부 구조가 명확하게 들려오는 명쾌한 작품해석. 서울시향의 연주가 이토록 달라질 수 있는가!

지난 2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이 들려준 슈만의 교향곡 제2번 연주는 경이로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독일 출신의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가 서울시향의 수석객원지휘로 취임한 이후 첫 번째 공연으로 음악애호가들의 기대를 모았고, 슈텐츠가 이끈 서울시향은 그 기대치를 뛰어넘은 훌륭한 연주로 보답했다.

이번 공연을 관람한 한 음악애호가는 "서울시향의 사운드가 프랑스식에서 독일식으로 변했다"는 말로 서울시향의 변신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정명훈 시절의 서울시향 사운드와 슈텐츠가 이끈 서울시향의 사운드와 작품해석은 천지 차이였다.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풍성하면서도 묵직한 사운드로 감성적인 연주를 들려줬다면, 슈텐츠가 이끈 서울시향의 소리는 정갈하면서도 정리돼 있었고 성부의 위계 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난 지성적인 연주였다. 대개 국내 오케스트라는 감성적인 표현에 치우쳐 앙상블이 흐트러지기 쉽다는 편견을 날려버린 공연이라 할만하다.

정명훈 예술감독의 사임 이후 지난 1년간 서울시향의 연주는 기복이 심했다. 호흡이 잘 맞는 객원지휘와의 공연에선 매우 훌륭한 연주를 들려줬지만, 세계 정상급 지휘자를 초청한 연주회에서조차 무성의하고 정리되지 않은 연주로 음악애호가들을 실망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간 놀라운 성장을 이룩한 서울시향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슈텐츠와 서울시향의 이번 공연은 그런 우려를 모두 잠재울 만큼 매우 훌륭했으며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서울시향의 강한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슈텐츠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는 도중 지휘봉이 세 동강이 날 정도로 열심히 리허설했다는 후문인데, 그의 이런 열정은 공연 중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번 연주회에서 슈텐츠의 지휘 동작은 오페라 지휘자의 동작만큼이나 크고 분명했다. 오페라 공연에선 오케스트라가 컴컴한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연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성악가들의 템포가 유동적이기에 지휘 또한 대단히 정확하고 분명하게 해줘야 하는데, 이번 공연에서 슈텐츠는 교향곡에서든 협주곡에서든 마치 오페라 지휘 같은 크고 정확한 동작으로 매 순간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며 한순간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공연 후반부의 슈만 교향곡 제2번 연주도 놀라웠지만, 공연 전반부에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의 협연으로 연주된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연주 역시 관객들에게 각별한 즐거움을 전해줬다. 잔향 시간이 긴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노의 음을 명확하게 전달해내는 일은 쉽지 않으나 란키는 웅장한 선율에서나 서정적인 선율에서나 그 성격을 분명하게 표현해냈을 뿐 아니라 꿈꾸듯 몽환적인 톤으로부터 웅장하고 강력한 소리에 이르는 다채로운 음향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가 서울시향의 수석 객원지휘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이번 공연은 서울시향의 저력과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물론 첫 공연만으로 서울시향이 새로운 연주방식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볼 수는 없었으나, 앞으로 서울시향이 슈텐츠와 지속적으로 호흡을 맞춘다면 합주력이나 음악 해석의 면에서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herena88@naver.com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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