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 어디죠?"…캠퍼스서 길잃은 수험생 두고 '책임공방'
"학교의 안내 부족" vs "학생의 준비 부족" 논란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최근 입시를 보려 대학 캠퍼스를 찾은 일부 수험생이 시험시간을 제대로 몰랐거나 시험장을 찾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는 일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 측의 안내가 부족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학교들은 대다수가 정해진 시간·장소를 지킨 만큼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학생들의 부주의가 문제라고 반박한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달 19일 중앙대 예술대학 음악학부 성악전공 실기시험장에서 수험생 일부가 "대학 측의 안내 부족으로 시험장을 찾지 못하면서 입실시간을 맞추지 못했다"고 주장해 소란이 일었다.
당시 실기시험 성악전공(여자) 수험생 209명 중 입실시간을 어겨 시험을 못 본 학생은 12명이었고, 이 중 학교 측에 항의한 학생은 6명으로 파악된다고 이 대학 입학팀은 전했다.
시험장이 있는 건물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건물까지 가는 길이 복잡해 캠퍼스를 헤맸다는 것이 항의 수험생의 주장이다.
실제 해당 건물은 후문으로 캠퍼스에 들어왔을 때는 바로 직진만 하면 나타나지만, 정문에서 출발하면 캠퍼스를 반 바퀴는 돌아야 찾을 수 있다. 건물 자체 규모도 커서 건물 안에서 시험장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학교 측의 안내는 건물 외벽에 시험장임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고 정문과 후문, 본관 앞에 캠퍼스 지도가 담긴 배너를 세우는 것에 그쳤다. 안내요원도 배치되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사전에 공지한 '수험생 유의사항'에도 캠퍼스 지도를 포함했고 입실시간이 지나면 시험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명시했다"고 밝혔다.
단 시험장 건물을 찾기 어려웠다는 목소리는 제시간에 도착해 실기시험을 치른 학생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시험을 마치고 귀가하던 김모(18) 양은 "정문으로 들어왔다가 시험장 건물을 못 찾아 다시 택시를 타고 후문으로 가서야 (시험장에) 올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앞서 서울대에서는 사범대 체육교육과 입시와 관련해 인성면접이 있다는 사실이 제대로 공지되지 않아 면접을 못 봤다는 수험생들이 나와 논란이 됐다.
학교가 사범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글을 면접 하루 전인 이달 9일 수정하면서 일부 수험생이 면접시간과 대기장소 등이 적힌 첨부 파일을 볼 수 없게 돼 발생한 일이었다.
이 문제로 면접을 놓쳤다는 수험생은 전체 220명 중 약 10명이다.
이런 일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학교의 '실수'로 면접에 못 본 수험생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면접일 자체는 작년 3월부터 반복해서 공지된 만큼 수험생 스스로 면접시간 등을 알아보고자 노력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혔다.
최근 충남지역 한 국립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 대학 의예과 지역인재전형에 도전한 75명 가운데 41%인 35명이 서류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성적과 상관없이 탈락하게 됐다. 해당 전형에 지원한 학생은 지역인재임을 증명하는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안내가 2016학년도와 달라 혼란이 있었다는 것이 탈락자들의 주장이다.
학교 측은 2016학년도에는 '지역인재 확인서'라는 헷갈릴 수 있는 명칭을 쓰는 바람에 이 확인서가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말한다는 사실을 개별적으로 통지했지만 2017학년도 모집요강에는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적어둬 따로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험시간이나 장소를 몰라 탈락하는 수험생이 끊이지 않지만, 대학들의 공통된 입장은 "안타깝지만 구제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제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정상적으로 시험을 본 수험생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다만 입시가 한 학생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값비싼 전형료를 받는 대학이 수험생을 더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수험생은 "수년간 준비했는데 시험도 보지 못하고 탈락한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면서 "대학들이 한 번 실기시험을 보는데 10만원 가량의 전형료를 거둬가면서 수험생들에 대한 배려는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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