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12년 더 집권 가능' 개헌안 터키의회 통과
"4월 국민투표서 확정 관측"…1인 체제로 가는 터키
"국가비상사태 기간, 공정한 토론 사실상 불가" 지적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장기 집권 길을 열어주는 개헌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터키의회는 21일 여당 정의개발당(AKP)이 지난달 발의한 개헌안을 찬성 339 대 반대 142로 최종 가결했다.
무효표는 7표였다.
여당과 이에 보조를 맞춘 민족주의행동당(MHP)의 의석을 합치면 356석으로 정족수 330표를 넉넉히 웃돌아 처음부터 가결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이날 표결 결과를 보면 이탈표가 예상보다 많았다.
이번 개헌안은 터키의 권력구조를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대통령에게 행정부 수반 이상의 막강한 권한이 부여된다.
대통령이 법원 지도부 인사권을 가져 사법부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대선과 총선 시기를 일치시켜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의회 1당도 차지할 것이 유력하다.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국가비상사태 선포·운영에 관한 권한도 보강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며 1회 중임할 수 있다.
현 대통령의 임기가 2019년까지 보장되므로, 이론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개헌안은 3월말∼4월 중순 치러지는 국민투표에서 확정된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총리는 최종 표결에 앞서 TRT하베르TV와 인터뷰에서 "개헌으로 강력한 단일권력이 만들어진다"면서 "대테러전과 경제정책의 취약성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헌안 가결 후 이을드름 총리는 "국민이 개헌에 관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점을 추호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서민·무슬림의 지지로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도 가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야당은 이번 개헌안이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제1 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의회가 자신의 권한을 내놓는 결정을 하고 역사를 배신했다"며 유감을 나타내고,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도록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인권단체는 개헌안의 대통령중심제를 오스만왕조의 술탄에 비유하는 등 우려를 표명했다.
휴먼라이츠워치 터키지부장인 에마 싱클레어-웹은 "터키정부는 미국이나 프랑스를 예로 들며 개헌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그 두 나라에는 강력한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작동한다"며 "터키 개헌안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국가비상사태 기간에 개헌 논의가 진행되는 것도 논란거리다.
싱클레어-웹은 "국가비상사태에서는 개헌안에 관한 공개 토론이 제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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