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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푸틴보단 먼저 만나야"…EU, 조기회담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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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푸틴보단 먼저 만나야"…EU, 조기회담 추진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푸틴이 트럼프를 만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만나야 한다."

유럽연합(EU)의 지도자들이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조기 정상회담 성사에 목을 매고 있다.

EU 지도자들에게 역대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니었다. 언제든 희망하면 만날 수 있는 사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오른 트럼프는 EU 지도자들에겐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 돼 가고 있다.




전임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유럽이 '찰떡 공조'를 과시했던 것과 천양지차의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 때부터 취임하면 유럽과의 관계에 대대적인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낡은 동맹'이라고 깎아내리고, 유럽 회원국에 방위비용 증액을 요구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미군 철수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높게 평가하며 '친러 노선'을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내분에 무력으로 개입하고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이후 유럽 각 국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다시 러시아가 유럽의 공공의 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이 러시아와 손을 잡게 되면 유럽의 안보는 기댈 언덕을 잃게 되고 더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유럽 지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영국의 더타임스, 독일의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EU 탈퇴를 적극 지지하고, 다른 나라의 추가 이탈까지 예상하는 등 EU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의 미국과 유럽 관계에 적잖은 변화 가능성이 우려되자 EU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조기에 만나 불확실성도 제거하고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복원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영국의 선데이타임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으로 아이슬란드를 방문해 레이캬비크에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자 유럽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레이캬비크는 냉전 시대에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구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쵸프 전 대통령을 만났던 곳인 만큼 트럼프와 푸틴이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트럼프측은 이 같은 보도를 강력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과 아직 만날 계획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이런 보도까지 나오자 푸틴 대통령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EU 관리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른 시일에 EU 지도자들을 만날 것을 제안하며 방문을 초대했다.

EU는 오는 3월 EU 출범의 모태가 됐던 로마조약 발효 60주년을 맞아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이며 이 자리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측은 28개 EU 정상들과 동시에 만나는 형식보다는 양자 간 정상회담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혀, 투스크 의장의 초청을 우회적으로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EU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어려우면 몇몇 EU 주요 국가의 지도자들과의 조기 회담에 나름 기대를 걸고 있다.

오는 5월엔 나토정상회담과 G7(서방 주요 7개국)회의가 개최될 예정이어서 이때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간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트럼프 측은 이 회담에 참석할지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와 푸틴이 오는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이전에 회담을 갖지 않으면 G-20 회의가 두 정상의 첫 대좌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 미국의 직전 10명 대통령 가운데 8명은 첫 해외 방문지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캐나다나 멕시코를 선택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1993년 첫 해외 방문지로 캐나다 밴쿠버를 찾아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바 있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만날 첫 외국 정상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bing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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