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행사서 한국민요 '도라지'…로즈장 "내 뿌리 한국에"
미국 시민권자 한인 2세의 '노래 외교'…"양국관계 염원 담았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지금 막 무대에서 내려왔어요. 너무너무 감동적이었죠."
현지시간으로 19일 오후 미국 워싱턴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아시안 아메리칸 1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취임 축하무대에 섰다가 내려온 재미동포 2세 로즈 장(한국명 장미영·38)의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아직 감동이 가시지 않은 듯 떨리고 있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소감을 묻자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취임 축하무대에서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뜻있는 일이며 앞으로 한국과 미국이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노래에 맞춰 모두 나와 춤을 추는 광경을 보면서 무대에 오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며 "트럼프가 미국을 재건하고, 한국과도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고 전했다.
가슴에 금색의 나뭇잎 모양을 한 검은 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그는 뮤지컬 캣츠의 주제곡 '메모리'를 시작으로 한국민요를 클래식으로 만든 '도라지', '오즈의 마법사'의 주제곡인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불렀고, 청중들이 "앵콜"을 외치자 아바의 노래 '댄싱 퀸'을 열창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그는 노래를 부르기 전 그 곡을 선택한 이유를 직접 설명하며 모두 4곡을 선사했다.
첫 곡 '메모리'의 선율이 흐르자 그는 "나는 대한민국 관광홍보 대사입니다"라고 소개하면서 "가사의 맨 마지막 구절인 '자,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거야'(Look, a new day has begun)처럼 오늘부터 우리도 트럼프와 함께 다시 시작하자"고 외쳤다.
두 번째 곡인 '도라지'를 선사하기에 앞서 그는 "이 곡은 외국인이 좋아할 수 있게 클래식으로 만들었다. 나는 코리안 아메리칸이고, 한국의 뿌리가 있다"고 멘트했다.
이어 1절은 영어 가사, 2절은 한국어 가사로 부른 뒤 3절을 빠른 템포의 한국어로 부르자 참가자들은 "도라지"를 따라부르며 즉석에서 춤을 추며 호응했다.
그는 '도라지' 민요를 영어 가사로 바꿔 팝페라의 창법과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어우러진 우리나라 특유의 선율과 매력을 관중들에게 전했다.
"청중들이 제 음악을 듣고 좋아해 신명이 났어요. '도라지'를 부를 때는 저도 모를 감정이 솟아나기도 했고요. 오늘 무대는 완전히 만족했습니다. 코리안 아메리칸 예술인으로서 한미 양국이 문화를 통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융화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행사에 함께 참가한 아버지 장충국 씨는 "취임 축하 공연에는 중국인과 일본인은 없었다. 로즈 장이 한국을 대표해 대견하다"고 자랑했다.
그는 21일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전미공화당이 개최하는 축하무대에도 올라 미국 국가인 '성조기여 영원하라' 등을 부를 예정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로즈 장은 스미스 칼리지에서 미술사와 연극을 전공하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에 섰다. 그는 지난 2008년 유튜브가 실시한 '뮤지컬 캣츠의 주제곡 '메모리'를 가장 잘 부르는 가수는 누구인가'라는 설문 조사에서 '팝의 전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셀린 디옹, 세라 브라이트먼 등 쟁쟁한 후보 2천500여 명을 제치고 1위에 등극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이자 '월드 디바'로 불리며 세계 무대에서 활동한 그는 제16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팝페라상, 서울 석세스 어워드 문화부문 예술상(2009년)을 받았다. '2010 광주비엔날레 홍보대사', '2011 제주 7대 경관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지난 2010년 아리랑TV가 선정한 '한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한국인' 9명 중 한 명에 선정되기도 한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 전야제 축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단독 축하공연,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단독 콘서트, SBS 스타킹 '태극기 휘날리며' 등에 특별출연했다.
지난해 대선 때 아버지와 함께 트럼프 캠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그는 취임준비위원회 홈페이지(www.greatagain.gov)를 방문해 축가를 부르겠다고 직접 지원했고, 위원회 측은 그의 가족이 트럼프를 지지한 사실, 세계 최대 승마대회에서 영국 국가를 부르는 등 각국에서 많은 활동을 한 경력을 인정해 이번 축하 행사에 초청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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