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뺨치는 매력"…악녀 황신혜·푼수 문소리·허당 신혜선(종합)
SBS '푸른 바다의 전설' 명품 조연 3인방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인어도 매력적이지만 이들 세 여인도 그 못지않다.
SBS TV 수목극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조연을 맡은 여배우 3인방이 인어 뺨치는 매력을 과시하며 이야기의 재미를 끌어올리고 있다.
황신혜(54), 문소리(43), 신혜선(28)이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인어 역의 전지현이 장악한 드라마지만, 이들 세 여배우가 각자 맡은 임무를 정확하게 해낸 덕에 긴장감과 코믹함을 한층 살릴 수 있었다.
덕분에 이 드라마는 지난 19일 19회에서 전국 21.0%를 기록하며 다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 무시무시한 '악녀' 황신혜
황신혜가 청순한 연기, 코믹한 연기와 함께 악역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푸른 바다의 전설'은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애인'(1996)에서 천사 같은 표정으로 뭇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직후, '신데렐라'(1997)에서는 꼬리 아홉 개 달린 악녀로 돌변했던 황신혜 아니던가.
원조 '컴퓨터 미인'답게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한 미모를 뽐내는 황신혜는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도 미모를 이용해 살인을 잇달아 저지르는 악녀 강서희를 멋지게 해냈다.
이 드라마가 클라이맥스를 찍을 수 있었던 것 역시 강서희의 눈부신 악행 덕분.
황신혜는 돈을 노려 뻔뻔스럽고 가증스럽게 나쁜 짓을 일삼는 강서희를 광기 어리게 그려냈고, 특히 18회에서 대활약을 펼쳐 숨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황신혜가 눈 한번 깜짝이지 않고 남편들을 차례로 죽이는 이야기에 "막장이지만 긴장감은 최고"라는 반응이 나왔다.
박지은 작가는 황신혜를 내세워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강서희가 경찰에 잡혀가 조사받는 장면에서 천연덕스럽게 "몰라요" "기억나지 않아요" "제가 공황장애가 있어서요"라며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모습, 그러면서 배달된 식사를 뚝딱 맛있게 해치우는 모습은 그 누군가를 정확하게 조준해 또다른 재미를 안겨줬다.
◇ 대치동 '푼수 사모님' 문소리
문소리는 코믹 연기를 제대로 해 시종 웃음을 선사했다.
이른바 '대치동 맘'이자 푼수에 속물인 안진주를 문소리는 왜 이제야 나타났냐는 듯 손안에 넣고 자유자재로 요리했다.
사실은 상고를 졸업했으면서 돈으로 신분을 세탁해 우아한 사모님 행세를 하는 안진주가 어린 딸을 굳이 영어이름 "엘리자베뜨"로 부르는 대목은 웃지 않고 배길 수가 없다.
혀를 일부러 치아 사이로 넣어 '엘리자베스'를 '엘리자베뜨'로 발음하고, 눈을 크게 뜬 채 콧소리를 한껏 섞은 하이톤으로 호들갑과 능청을 떠는 연기도 일품.
안진주가 부동산 재벌의 부인인 강서희에게 잘 보이려 입안의 혀처럼 굴다가 술에 만취해 취중진담을 내뱉고, 가정부라고 무시했던 모유란(나영희 분)의 과거를 안 후 곧바로 간드러지게 "언니~"라며 찰싹 들러붙는 모습은 극을 유쾌하게 이완시켰다.
안진주가 강서희와 모유란의 관계를 알고는 대형 특종을 잡은 기자처럼 "우리 집에 역사의 현장이 됐다"며 방방 뜨는 모습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전반부에는 돈을 상전으로 모신 '뇌가 순진한' 캐릭터로, 후반부에는 나름의 의리와 지조도 보여주는 귀엽고 순진한 모습으로 연기의 방점을 찍었다.
◇ '허당 내숭녀' 신혜선
전작인 '아이가 다섯'에서 순진무구 청순한 연기를 펼쳤던 신혜선은 얄밉고 도도한 캐릭터로 변신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연기한 차시아는 '예쁘고 똑똑한 여자, 인간의 표본'이라는 설명이 붙는 새침한 인물이나, 사실은 '허당기'가 다분하다.
앞서 '그녀는 예뻤다'에서 비슷한 역할을 했던 신혜선은 차시아를 맡아 그때보다 좀더 못되고, 좀더 허술한 연기를 자신있게 펼쳤다.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에게 무례하게 갑질을 일삼으면서 짝사랑하는 허준재(이민호)에게 온갖 내숭을 떠는 신혜선의 연기는 리드미컬했다.
모든 남자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도끼병'에 걸려 착각을 일삼고, 하대하고 무시했던 가정부가 알고보니 허준재의 엄마였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하는 대목은 혼자 보기 아까웠다.
무엇보다 '막강한' 전지현의 연적을 연기한다는 게 큰 부담이었을 텐데, 그는 괜한 욕심을 부리는 대신 허를 찌르는 코믹함을 무기로 자기 자리를 찾는 데 성공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