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물량의 65%만 지원…'발암물질' 철거 10년 이상 걸릴 듯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건축 붐을 타고 제주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함유한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해달라는 신청이 크게 늘어났지만, 예산이 부족해 신청물량의 60∼70%밖에 철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슬레이트 지붕 철거 신청이 총 1천434동 들어왔지만, 예산 부족으로 실제 철거 작업은 932동(65%)밖에 하지 못했다.
지난해 예산 27억원을 편성했지만 7월말 예산을 모두 소진해 8월부터는 신청이 들어와도 철거 작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주택 슬레이트 지붕 철거지원 사업은 초기 신청자가 많지 않아 작업량이 2011년 110동(사업비 2억5천만원), 2012년 216동(4억3천만원), 2013년 757동(14억6천만원)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로 신청자가 급증해 한해 1천동 넘는 신청이 들어왔지만 예산 문제로 2014년 943동(28억8천만원), 2015년 976동(28억6천만원), 지난해 932동밖에 작업하지 못했다.
도내에 슬레이트 지붕 건물은 총 4만2천600여동으로, 이 가운데 주택은 2만3천동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1∼2016년 5년간 주택 3천934동의 슬레이트를 철거했으며 철거지원 사업이 계획된 2021년까지 1년에 900동 정도를 작업한다고 계산하면 10년간 총 8천∼9천동을 작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사업량으로 매년 지원한다면 도내 주택 슬레이트 지붕을 모두 철거하는데 10여년은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도는 올해도 사업비 26억8천만원(국비·지방비 각 50%)을 들여 주택 800여동의 슬레이트 지붕 철거·개량을 지원한다.
가구당 최고 336만원이 지원된다.
지원 대상은 지붕재로 슬레이트가 사용된 주거용 건물과 부속 건축물이다.
읍면동으로 신청하면 지원대상자를 확정한 뒤 전문업체가 방문해 면적을 조사하고서 철거를 확정해 신청에서 처리까지 약 2개월이 걸린다.
신청자가 많을 경우에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일반가구 순으로 사회취약계층을 우선 지원한다.
도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다른 지역은 예산을 100% 소진하는 지역이 없다는데 제주는 건축 붐 이후로 오래된 주택의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한 뒤 리모델링하거나 카페를 차리는 등의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 지원을 못 받은 분들은 올해 1순위로, 올해 신청자는 2순위로 접수 순서대로 지원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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