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트럼프 '지갑 더 열라' 압박 예고…주한미군 주둔비 비싸지나
분담금 인상 요구…사드 운용비·전략무기 전개비 청구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하면 한미 군사동맹의 '경제학'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을 지키는 비용은 그리 깐깐하게 따지지 않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는 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한국과 일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을 겨냥해 돈을 많이 벌면서도 방위비는 쥐꼬리만큼 낸다는 식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
특히 지난해 5월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으면 대답은 간단하다.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방위비를 더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한동안 이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다가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나토 회원국을 겨냥해 "공평한 부담을 하지 않고 있다"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다시 꺼냈다.
선거 캠페인용 발언을 넘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시간문제이며, 관건은 범위와 강도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기간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100%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으로, 50% 안팎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100% 책임진다면 현재 연 9천억원 남짓인 분담금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군이 책임져야 하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운용비나 전략무기 전개 비용도 '청구서'에 넣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와 기반시설은 우리가 제공하지만 운영비는 전액 미군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측이 '사드도 어차피 한국을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북한 도발 시 괌 미군기지에서 출동하는 전략폭격기 등 전략무기 전개에 따른 비용도 한국이 분담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에 충분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기본 입장 아래 다양한 근거자료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 비율이 0.068%로 일본(0.074%)과 비슷하고 독일(0.016%)보다 높으며, 우리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2.40%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미군 주둔국 가운데 한국에만 있는 카투사에도 연 100억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되며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는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0여년 간 우리는 미국에서 36조360억원어치의 무기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설명에도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한미관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거침없는 어법을 고려하면, 유세 과정에서 말했던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한국에 들어설 새 정권의 성격에 따라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현재는 한미가 우리 군의 준비상태와 안보 상황 등 조건에 기초해 전작권 전환을 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군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한미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면밀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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