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죽음의 동물원'서 멸종위기 태양곰 아사 위기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죽음의 동물원'이란 악명을 얻은 인도네시아 반둥 동물원에서 멸종위기종인 태양곰(일명 말레이곰)이 아사 위기에 놓여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 주(州) 반둥 동물원에서는 피골이 상접한 태양곰의 모습이 촬영돼 동물 애호가들의 격한 반발을 불렀다.
이달 초 촬영된 이 동영상에는 굶주린 태양곰들이 뒷발로 서서 관람객들에게 먹이를 청하고, 심지어 자신이 싼 대변을 그 자리에서 주워 먹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영상을 찍은 현지 동물복지단체 '스콜피온'은 "이 태양곰들은 몸무게가 정상 체중 80㎏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물원이 먹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태양곰의 건강 상태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요청했지만, 동물원 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스콜피온은 서부 자바 주 야생당국(BKSDA)에 반둥 동물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지난 11일부터 반둥 시 당국에 동물원 폐쇄를 청원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이 서명운동에는 2천여명이 서명했다. 해외 동물애호가들이 이와 별개로 진행 중인 서명운동에도 약 1만2천명의 서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둥 동물원은 수년 전부터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수백 마리의 동물이 관리부실 등 이유로 폐사해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작년 5월에는 야생 상태에서는 2천400∼2천800마리 밖에 남지 않은 수마트라 코끼리가 몇 달씩 방치된 끝에 숨을 거뒀다.
같은해 4월에는 수마트라 호랑이 한 마리가 포름알데히드가 든 고기로 인한 장기손상으로 죽음을 맞았고, 2012년에는 죽은 기린의 위에서 20㎏에 달하는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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