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브렉시트 협상대표 바르니에 "일단 이혼 후 무역협상 가능"
EU, 메이 발언 '실리 챙기려는 초기 협상 전략' 평가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유럽연합(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인 미셸 바르니에(프랑스)는 17일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를 선언한 테리사 메이 총리의 연설에 대해 영국과의 무역협상은 일단 '이혼'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원칙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르니에 대표는 메이 총리의 연설 후 트위터를 통해 "질서있는 탈퇴에 대한 합의가 향후 동반자 관계의 선결 조건"이라면서 "EU 27개 회원국을 위한 올바른 협상을 끌어내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바르니에 대표는 메이 총리가 EU 탈퇴에 수반되는 비용인 600억 유로(74조원)에 달하는 '이혼위자료' 지불에 소극적임을 겨냥, "(영국과의) 무역협상이 '이혼조건'에 좌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측은 영국이 브렉시트에 따른 '연착륙'을 원한다면 '위자료' 합의부터 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FT에 따르면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발언에 대해 EU 일각에서는 '단일시장 탈퇴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 영국 측이 무역 분야에서 향후 동반자 관계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표명하면서도 이에 수반되는 명백한 타협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은 영국 측이 EU와 만족할만한 무역협상을 신속 타결짓지 못할 경우 단일시장을 탈퇴해 '저세율 모델'을 추구할 것이라는 위협에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이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탈퇴하면서 야심적인 무역 및 과도기 요구를 통해 핵심 혜택을 선별적으로 챙길 것이라는 관측이 EU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메이 총리가 솔직하게 '타협이 전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EU 측이 당혹해 하고 있으며, 협상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바르니에 대표의 역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EU 한 고위 외교관은 지적했다.
EU 내에서 영국과의 향후 새로운 무역관계 복안 보다 영국의 EU 탈퇴 조건을 먼저 확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FT는 덧붙였다.
EU 측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발언 가운데 ▲오는 2019년 브렉시트 이전에 영국과 EU 간 무역협상이 타결될 전망을 낮게 본 점과 ▲영국이 준(準) 회원으로 독자적인 관세 정책 하에 마찰 없이 무역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명한 것 ▲ EU에 대한 재정적 기여 없이, 그리고 유럽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원만한 단계적 브렉시트를 촉구한 것 등 3가지 점을 중점 비판하고 있다.
체코의 토마스 프루자 유럽 담당 장관은 메이 총리의 발언이 영국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거래 관계를 제안한 것이라면서 협상 개시 입장으로서는 문제가 없으나 영국 협상진이 결국 국내 정치 상황으로 타협이 불가능해지면서 협상이 파국에 이를 실제적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사회당의 악셀 섀퍼 브렉시트 대책반장은 메이 총리가 시종 EU에 대해 칭찬과 비판 사이를 오갔다면서 기득권은 지키면서 다른 쪽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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