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처럼 입는 보행 도우미 '엑소수트' 개발
이상준 美 하버드대 연구원 "군인·노약자 보행에 도움될 것"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걷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여 주는 장치가 개발됐다. 이는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군인이나 움직임이 불편한 사람의 자유로운 보행을 도울 수 있을 전망이다.
코너 월시 미국 하버드대 교수팀은 이 같은 '엑소수트'(Exosuit)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공동 1저자 2명 중 한 명은 한국인인 이상준 연구원(박사과정생)이다.
이 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이메일을 통해 "우리 연구실에서는 천(섬유), 가죽, 와이어 등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해 사람의 보행을 도와주는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번 결과도 이 연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파킨슨병이나 뇌졸중, 뇌성마비 등을 앓거나 수술을 받아 움직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보행에 70% 이상의 에너지를 추가로 소비한다. 무거운 장비를 든 군인이나 소방관도 걷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이들의 움직임을 돕기 위해 지금껏 '입는 로봇'이 여럿 개발됐지만, 무게가 많이 나가는 데다 부피가 크고 소음도 있어 실생활에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이번에 연구진이 제안한 엑소수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이 장치는 허리에 차는 벨트와 종아리에 차는 벨트를 띠로 이은 형태로, 구성이 매우 간단하다. 각 요소는 모두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천으로 만들었다.
다만 발목 관절 부분에 보행을 도와주는 모터와 케이블이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힘이 띠를 통해 고관절로 전달된다.
연구진이 건강한 남성 7명에 이 수트를 입혀 에너지 소비를 측정하자 소비량이 23%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지금껏 보고된 입는 로봇 중 엑소수트의 에너지 감소량이 가장 높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그는 "엑소수트는 소방관, 군인 등 무거운 장비를 매고 이동하는 직업군에 적용할 수 있고 나아가 장애, 질병, 노환으로 보행이 불편한 분들에게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1월호의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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