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분노·EU 화들짝·나토 초조…트럼프시대 임박에 세계 '난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독일인들은 화났다. 중국인들은 완전히 분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초조하고 유럽연합(EU)는 깜짝 놀랐다."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목전에 다가온 가운데 그가 던져놓은 예측 불가능한 분열의 씨앗에 전 세계가 난감한 상태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주요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대표적 우방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향해 내정에서 "재앙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난하고 전략적으로 치밀한 관계가 필요한 중국에는 아킬레스건인 '하나의 중국' 정책을 대놓고 건드렸다.
2차대전 이후 서방 안보의 주축인 나토를 '쓸모없는' 기구로 몰아붙이고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또 꺼내 들었으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다음은 어딘지 궁금해하며 유럽 분열의 '치어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샀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은 이런 말들을 트위터로 도발하듯이 짧고 모호하게 흘리거나 내정된 차기 정부 보좌진과 내각과 다른 방향의 발언으로 혼란을 주는 등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비판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빼놓고는 그 누구도 트럼프가 향하는 곳을 모르고 있다고 NYT는 꼬집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잇따른 도발적 발언에 대해 "전후 질서의 기둥을 흔드는 근육 자랑"이라고 비판하면서 그의 '언어 공격'에 유럽 지도자와 외교관들이 그간의 관망하는 자세를 버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역시 차기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에 당황하면서 대응에 분주하다.
중국의 관리와 학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트윗과 내각 인선 때마다 그 불확실성에 놀라며 미국 인맥을 총동원해 접촉하며 진의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최근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건드리면 반드시 보복을 하겠다고 관영 매체를 통해 경고하는 등 격분한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중동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될지 불분명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혼란을 던지고 있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하며 국익을 관철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는 국가들이 자주 목격된다.
그러나 터키,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의 이 같은 희망은 말 그대로 희망사항에 그칠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다.
WSJ는 중동의 정치 지형은 '제로섬 게임'에 가까울 만큼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으나 트럼프 당선인과 그 측근들은 이에 대한 식견과 통찰 없이 상충하는 언급만 던져놓고 있어 이들 국가가 드러낸 미국과의 관계개선 기대감은 헛된 것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과 사흘 뒤면 출범할 차기 미국 정부의 방향이 불투명한 상황에 각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저마다 다른 갈래를 형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신중론이 있다.
로빈 니블렛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소장은 "(트럼프의) 이 모든 말들을 반만 듣는다"며 "트럼프는 선택지를 넓히려는 것이며 현재의 정책을 지지하기만 함으로써 궁지에 몰리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곧 떠나는 존 에머슨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고별 인터뷰를 통해 독일인들에게 트럼프의 트위터를 확대해석하거나 확정된 정책으로 여기지 말고 침착하라고 주문했다.
그럼에도 불안한 트럼프 변수에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그치지 않고 있다. 올해 중요한 선거가 많아 대변화의 한 해를 보낼 유럽에서 특히 관리들은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득세와 함께 트럼프의 공격이 끼칠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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