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령 작가 "이영애는 신사임당 그 자체"…26일 SBS 첫방
이영애 13년만의 복귀작 '사임당'서 송승헌과 호흡
"드라마 리버럴…문화계 블랙리스트 올랐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5만원권 초상화 속 단정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 그리고 그의 단아한 분위기를 꼭 닮은 '초충도(草蟲圖)'.
우리에게 참 익숙한 신사임당이지만 그 이상을 말해보라고 하면 말문이 막힐 사람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현모양처'란 수식어는 그렇게 신사임당의 진짜 모습을 오랜 시간 가려왔다.
신사임당의 드라마화 소식이 2년 전 알려졌을 때 많은 사람이 그의 모범적인 삶을 토대로 교훈을 전하는 스토리가 되지 않겠느냐 쉽게 예상해버렸던 것도 유교 사상이 심어놓은 그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2년이란 인고의 시간을 거쳐 오는 26일 첫 전파를 타는 SBS 새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일기'는 결코 정적이지 않다. 또 '올드'하기보단 '컨템퍼러리'하다.
조선의 '워킹맘'으로서 가정을 건사하는 일뿐만 아니라 사랑과 예술이라는 일생의 과업 중 어떤 것도 놓치기 싫어 혼신을 다했던 신사임당의 절절한 비망록이다.
'사임당, 빛의일기'를 집필한 박은령 작가는 17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임당은 당대엔 '율곡의 어머니'로 불리지 않았다. '천재화가 신씨'로 불렸다"며 "40여 년을 살면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작품을 남겼고, 초충도보다는 오히려 산수화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자기 예술을 치열하게 구현했던 '조선의 워킹맘'이 어떻게 고요하기만 하고 한 번도 분노하지 않았겠느냐"며 "마음속에는 말 못 할 끌탕과 불꽃이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이 드라마가 어떤 작품보다도 '리버럴'하다고 설명하며 방영 시기가 늦어지지 않았다면 최근 논란이 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배우 이영애가 13년 만에 복귀하는 작품임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사전 제작 드라마로, 엄밀히 말하면 11년 만에 복귀작이었으나 중국 한한령(限韓令) 등의 영향으로 1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셈이 됐다.
박 작가는 이영애는 곧 사임당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임당은 겉으로는 와일드하지 않지만 조곤조곤한 자기주장으로 결국은 이기는 사람인데 영애씨와 그런 면에서 닮았다"며 "또 영애씨가 미리 화가를 찾아가 그림을 사사했는데 화가가 선 긋는 것을 보더니 '처음 그리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선을 긋더라'고 했다"고 전했다.
동석한 윤상호 PD도 "이영애씨는 제가 작업해본 배우 중 가장 소탈한 분"이라며 "그런 인간적인 면이 작품 면면에 녹아들어 보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임당과의 불멸의 인연을 그릴 '조선판 개츠비' 이겸 역을 맡은 송승헌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윤 PD는 "타이틀이 '사임당'이다보니 이겸이 멋진 캐릭터인데도 남자 배우들이 부담스러워했던 게 사실이고 송승헌씨도 오래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장에서 보니 기대 이상이었고 송승헌씨가 사임당을 통해 '꽃미남' 이미지를 벗고 중후한 매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촬영 당시엔 '초짜'였지만 최근 '핫한 신예'로 떠오른 박혜수와 양세종이 각각 사임당과 이겸의 어린 시절로 분했다. 오윤아는 사임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휘음당으로 변신해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연상케 하는 라이벌 구도를 그린다.
이 드라마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조선시대와 현대를 오간다는 점이다. 이영애도 조선에서는 사임당, 현대에선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을 동시에 연기한다.
드라마를 집필할 때만 해도 '타임슬립'이 유행하기 전이었기에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박 작가는 "풍양 조씨의 '자기록'과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사임당의) 하늘 사무치는 간절함을 누군가 들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이러한 방식을 차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PD는 제작비 225억원과 100% 사전제작이란 넉넉한 환경 속에 박 작가의 이러한 콘셉트를 주도면밀하게 구현해냈다.
윤 PD는 또 한한령으로 방영 시기가 늦어진 점과 관련해선 "'사임당'이 중국을 너무 의식해 한국 시청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있었는데 '사임당'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데 우선이 있단 걸 감히 말씀드린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사임당'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참 좋겠다"며 "그러나 아직 중국의 심의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 우리 방송은 일단 다음 주부터다. 중국 측의 좋은 결정을 기다려본다"고 덧붙였다.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