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엔 너도나도 '트럼프 친구' 자처…"결국엔 희망사항"
WSJ "명확한 정책이 IS 격퇴밖에 없는 트럼프 불확실성 때문"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중동 국가들이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제로섬 게임' 같은 중동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막연한 희망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이집트,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서로 지향점이 다른 중동 국가들이 한목소리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어느 한쪽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WSJ는 중동에서 나타나는 이런 기현상의 원인을 트럼프 당선인이 중동의 복잡하고 뒤얽힌 문제에 대해 매우 불분명한 입장을 취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지적인 공백'(intellectual vacuum)이 중동 국가 지도자들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자신들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동의 정치 지형이 '제로섬 게임'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중동 국가들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를 기대하지만 현재와 같은 친이스라엘 행보가 계속되면 이는 중동과의 관계 악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푸아드 시니오라 전 레바논 총리는 "모두가 이렇게 예상하는 것은 차기 행정부의 입장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고, "희망을 품고 기대를 거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측근들의 중동 관련 발언을 보면 상충하는 부분이 많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싸우기 위해 러시아, 시리아 아사드 정권과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으나 곧 아사드의 최대 후원국인 이란을 겨냥해 더욱 강경 노선을 취하겠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브라이언 카툴리스 미국진보센터 상임연구원은 "이런 행동을 종합적으로 해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앞에 놓인 중동 현안이 하나같이 모순적이며 얽히고설켜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과 관련, 트럼프 당선인은 이스라엘 극우파 지지 인사를 차기 이스라엘 주재 대사로 지명하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강력한 지원자로 나섰지만 미국의 이런 정책은 팔레스타인과의 또다른 갈등을 촉발할 위험성이 있다.
또한 이집트 정부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 소탕에 미국이 가담해줄 것을 희망하지만 미국이 이에 동조할 경우 터키와의 관계 경색이 예상된다.
이슬람 수니파에 뿌리를 둔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무슬림형제단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시리아 전문가인 앤드루 태블러도 "IS와의 싸움을 가장 우선시한다는 것 외에 트럼프 당선인의 중동 정책이 뭔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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