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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국제안보·경제, 격랑 속으로…질서 vs 반질서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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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국제안보·경제, 격랑 속으로…질서 vs 반질서 격돌

美 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유럽연합 해체 기조…위기의 국제질서

러시아와 밀월·중국 때리기…남중국해·북핵 등 동아시아 안보지형 요동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20일(현지시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개막하면서 세계 질서는 심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때부터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로 국제안보와 경제 질서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단아' 트럼프 당선인은 사업가 기질을 발휘해 안보와 통상문제를 협상의 테이블로 올려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미국 이익에 맞춰 적극적인 관여 정책으로 기존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친(親)러시아 성향, '하나의 중국' 원칙 흔들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지지, 동맹국 무임승차론 비판, 무역협정 재협상 시사 등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기존 질서를 깬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호(號)의 출범 이후 유럽, 동북아 등 전 세계가 불확실성 시대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질서 vs 반질서…지구촌, 블랙홀로 빨려든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사흘 앞둔 17일 스위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세계 질서의 변화를 화두로 던졌다.

지구촌을 덮친 포퓰리즘과 난민문제 해소, 지역협력체 해체 문제 등이 전 세계 정치·경제 엘리트들의 토론장에서 다뤄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다보스포럼에 불참했는데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강대국 미국의 최고사령관으로 등극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차후 행보에 따라 국제 질서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으로 세계는 이미 기존 질서와, 트럼프의 반(反)질서가 대립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동맹국의 무임승차 비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의 재협상 등을 거론하며 기존 질서에 도전했다.

대선 승리 이후에도 친러시아 발언, 금기를 깬 대만 총통과의 전화 등으로 전임 미국 대통령들과는 차별화한 전략을 선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의 파격 행보는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미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기존 질서를 바꿔놓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기존 질서를 흔들 이른바 반질서 의제들이 협상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정치와 안보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불확실성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 것이다.





◇ 트럼프의 파격…친러타중(打中)·브렉시트 지지·보호무역

세계 안보 지형을 흔들 가장 큰 요인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친러시아 성향이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를 보여줬다.

그가 미국의 외교 사령탑인 국무장관 자리에 친러시아 인사(렉스 틸러슨)를 내정한데서도 그런 성향은 잘 나타난다. 최근 인터뷰에선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를 핵군축 협상과 연계해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 반면 군사·경제 굴기를 기치로 급부상한 중국에 강경책을 구사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때나 승리 이후나 한결같은 '중국 때리기' 전략을 고집하고 있다.

그는 특히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금기를 깬 전화 통화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을 자극했다. 앞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협상 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 금과옥조로 여기던 하나의 중국 원칙이 이처럼 훼손되는데 중국은 전력을 다해 저항할 태세다.

미국과 유럽 서방국가들과의 동맹 관계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양측 안보동맹의 핵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구시대 유물이라며 비판했다. 나토 동맹국이 분담금을 적게 낸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반(反)세계화의 기치 아래 브렉시트를 지지하며 유럽연합(EU) 해체에도 동의한다. 유럽의 맹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향해선 재앙적인 난민정책을 폈다며 비난했다.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의 니콜라스 던건 선임연구원은 CNN에 트럼프 정권의 미국이 지구촌을 휩쓴 혼란에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불확실성이 2차 세계대전 이래 70년간 서방 안정의 기반인 대서양 동맹의 분열을 더 넓혀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보에 더해 통상질서 역시 트럼프 시대에 격랑이 예고된다.

미국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트럼프 당선인은 보호무역의 칼을 거침없이 휘두르고 있어서다.

그는 대립각을 세우는 중국과 멕시코 등에 고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하는 한편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밖에 공장을 세우면 고율의 국경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는 '비용 편익 계산'(cost-benefit calculation)의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하고자 한다"며 "미국인들에게 경기부양을 약속했던 만큼 재원을 마련하고자 나토 회원국이나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비용 부담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동북아 안보 지형 요동…남중국해 미중 대립·북핵 문제에 불똥 예상

트럼프 시대에는 한국이 포함된 동북아시아의 안보 지형도 요동칠 전망이다.

일단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에 맞선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전략(pivot to Asia)은 전임자의 유산을 지우려는 트럼프 당선인이 폐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 관계가 누그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 당선인의 지속적인 중국 때리기를 고려하면 미·중 관계는 오바마 행정부보다 차기 정부에서 더욱 복잡 미묘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을 향한 트럼프 당선인의 거침없는 행보를 볼 때 무역, 외교 등 여러 방면에서 미국과 중국 간 대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박원곤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 총통과의 통화 이후 중국이 발끈하는 모습을 보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트럼프가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중국 때리기에 집중하면서 미중 관계는 당분간 악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경제와 통상을 책임질 수장 자리에 대중 강경파들을 배치해 중국과의 전투준비를 이미 마쳤다.

인공섬 및 군사시설 건설로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세력 확장에 나선 중국과 미국의 일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북핵 문제로 시끄러운 한반도 역시 트럼프 시대에 불어닥칠 격랑의 파고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달 초 트위터에서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며 북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AP통신은 16일 기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대북 접근법이 "오바마 행정부와 다를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측면에서 대북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이며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계속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kong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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