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바닥쳤나"…석유투자 3년만에 증가세 반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석유 메이저들이 유전개발 투자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유가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에서다.
프랑스 토탈과 영국 BP는 미국과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석유 관련 기업에 출자하거나 자산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석유업계 전체의 투자액은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에너지 관련 시장동향조사기업인 영국 우드 매켄지사가 발표한 석유·천연가스의 개발·생산 관련 '상류 부문' 동향에 따르면 올해 세계의 상류 부문 투자는 전년 대비 3% 늘어난 4천525억 달러(약 53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유력 금융사인 바클레이스도 올해 세계 상류 부문 투자가 7% 증가해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에 시작된 원유가격 하락으로 2015년과 2016년 상류 부문 투자는 두 자릿수의 큰 폭 감소가 이어졌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작년 11월 감산에 합의하면서 원유가격은 배럴당 50달러대 중반대를 회복했다. 이렇게 되자 시황에 따라 생산량 조절이 쉬운 북미의 셰일오일·가스광구에 대한 투자가 먼저 활발해졌다. 신중한 자세를 보이던 메이저들도 움직이기 쉽게 된 셈이다.
토탈과 BP의 움직임이 특히 두드러진다.
토탈은 지난 9일 아프리카에 강한 영국계 탈로오일의 우간다 광구 주식 21%를 9억 달러(약 1조660억 원)에 사들이기로 합의, 지분을 54.9%로 높이기로 했다. 작년 12월에는 미국 셰일가스 관련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하는 미국 텔리안 인베스트먼트에 2억7천만 달러(약 3천200억 원)를 들여 지분 23%를 확보했다. 토탈은 또 브라질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자산도 사들이기로 했다.
BP는 미국 코스모스에너지에서 서아프리카 모리타니와 세네갈 광권을 취득, 10억 달러(약 1조1천850억 원)를 투자해 가스전을 개발하기로 했다.
석유 기업들은 원유가격이 약세이던 시절에 수만 명 규모의 감원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몸이 가벼워져 보유광구에 대한 투자를 하기 쉽게 된 것이다.
BP는 총 90억 달러(약 10조6천670억 원)에 달하는 멕시코만 대형 유전(일산 14만 배럴)도 확장하기로 했다. BP는 해상채굴시설의 구조를 간소화해 "원유가격이 배럴당 50달러를 밑돌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북유럽 최대 석유업체인 노르웨이 스타트오일은 매장량을 알아보기 위한 시추 유정수를 올해 30% 증가한 3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도 비용절감을 통해 노르웨이 일부 광구의 경우 배럴당 25달러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올해 세계 석유업계의 상류부문 투자 예상액은 과거 최고였던 2014년에 비해 40% 정도 감소한 것이다. 미국 셰브런이나 영국 로열더치셸처럼 자산을 매각하려는 기업도 있지만, 원유가격이 안정되면 올해 수익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우드 매켄지 수석 애널리스트 맬컴 딩크슨은 "올해는 석유·가스산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변신했는지를 보여주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