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경작한 논에서 지뢰가 터지다니"…주민 불안
철원서 대전차 지뢰 추정 폭발물 잇따라 터져
(철원=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중부전선 최전방인 강원 철원지역에서 최근 대전차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잇따라 터지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8시 40분께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인근에서 경지정리 작업을 하던 불도저가 대전차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터져 트랙과 조종석 문 등이 심하게 부서졌다.
이 사업은 한국농어촌공사가 구불구불한 농로를 직선화하고 배수로 등을 정비하고자 추진했다.
한 주민은 "수십 년 동안 농사를 짓던 곳에서 지뢰가 왜 터졌는지 모르겠다"면서 "군 관계자가 왔으나 미확인 지뢰지대가 아니고, 부대 관할 지역도 아니라며 되돌아갔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철원지사는 작업을 중단시키고, 폭발물이 터진 지역 반경 200m 이내의 탐지작업을 민간에 의뢰하기로 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철원지사 관계자는 "어떤 폭발물이 터졌는지 아직 모르지만, 논에서 폭발물이 터지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며 "불도저 운전자는 병원에서 종합 검진을 받고 퇴원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 소장은 "구덩이에서 터지면서 불도저의 트랙이 날아가고 조종석 유리창이 박살 난 것으로 보아 대전차 지뢰가 맞다"라면서 "이 지역은 과거 폭 200m의 지뢰 라인이었고, 3∼4년 전에도 배수로에서 지뢰 10여 발이 나왔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30일에는 철원군 근남면 풍암리 인근 '동서 녹색 평화도로 확장 및 포장' 공사현장에서 대전차 지뢰로 보이는 폭발물이 터져 운전자 한 모(40) 씨가 숨졌다.
사고가 난 곳은 철원군의 요청으로 군 당국이 지난 8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두 달여간 지뢰제거 작업을 했던 곳이다.
군 당국은 철원군으로부터 3천846만원을 지원받아 이곳에서 '지뢰제거 작전'을 벌였다.
숨진 한 씨는 도로공사장에서 나온 흙을 덤프트럭에 실어 인근 농지로 옮겨 매립하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민간 지뢰 전문가는 최근 도로 확장 및 포장 공사가 진행됐던 '지뢰 고개' 일원에서 10여 분 만에 대전차 지뢰와 대인 지뢰 등 지뢰 4발을 찾아냈다.
이곳은 도로 공사 경계 안에서만 군부대가 지뢰 제거작업을 했기 때문에 경계 주변에는 아직도 지뢰가 더 있을 것을 우려되지만, 관계 기관은 추가 탐지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소장은 "지뢰는 지표에서 통상 5∼20㎝ 밑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탐지 소양만 있으면 100% 탐지할 수 있다"며 "미확인 지뢰지대는 지뢰 종류와 수량, 매설 형태 등의 정보가 없으므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아마추어 병사가 탐지하는 데다 현장의 지휘자와 공병부대 수뇌부도 경험이 없어 100% 탐지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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