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D-5] 미리 보는 취임식 '축제보다 시무식'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선언…20일 정오부터 임기 시작
거리행진·무도회 축소…축하공연 거부로 특급스타 없어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다.
15일로 꼭 닷새 앞으로 다가온 취임식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의사당 정면에는 대형 성조기가 내걸렸고, 거리행진이 펼쳐질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곳곳에는 임시 관람석이 마련되는 등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그러나 스타들의 축하공연 거절과 '반(反) 트럼프' 시위 등으로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만큼 성대한 축제의 장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톰 버락 취임준비위원장은 "당선인 측은 서커스 같은 분위기를 피하고, '업무에 복귀하는'(back to work)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는 것을 더 원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맨 출신답게 번드레한 축하잔치보다는 간소한 시무식 같은 모습을 연출하겠다는 취지이지만, 흥행 저조를 우려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전국민적인 행사이자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린 초대형 이벤트다. 올해로 미 역사상 57회째인 대통령 취임 현장을 미리 본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식 취임행사는 19∼21일 사흘간 진행된다. 취임행사의 주제는 대선 슬로건을 그대로 가져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결정됐다.
첫 공식 행사는 19일 링컨 기념관에서 열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환영 콘서트이다.
콘서트는 사전에 신청한 국민에게 무료로 개방되며, 불꽃놀이와 군악대 연주가 펼쳐진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참석하며, 무대에 올라 연설할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주 트위터에서 "정말 환상적인 콘서트가 될 것"이라며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럼프와 펜스 당선인은 이에 앞서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헌화한다.
취임식은 20일 오전 9시 30분부터 의사당 앞에서 진행되며, 트럼프 당선인은 정오에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공식 취임선서를 한다.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지킬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35개 영어 단어로 이뤄진 짧은 취임선서지만,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임을 세계에 각인하는 순간이다.
취임선서가 끝나면 곧바로 예포 21발이 발사되고 군악대의 대통령 찬가 연주가 이어진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연설 시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역대 대통령은 취임선서 후 연설을 하고, 이어 백악관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지난 13일 언론인터뷰에서 취임연설에 대해 "미국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고, 더 많은 미국인이 일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방안 등을 다룰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안내하고 싶은 나라의 모습을 예지력 있게 펼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식에는 대선에서 패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 부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참석한다.
부시 전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로 불참한다.
◇'A급 스타' 없어…퍼레이드·무도회 축소
트럼프 대통령 취임행사는 오바마 대통령 때와 비교하면 "초라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간소하게 치러진다.
준비위에 따르면 취임식에 참석하는 연예인은 컨트리 음악 가수인 토비 키스와 배우 존 보이트 등이다.
모르몬 태버내클 합창단과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스 갓 탤런트' 준우승자 출신의 10대 가수 재키 에반코도 축가를 부른다.
그러나 인지도 면에서 '정상급 가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이른바 엘튼 존, 셀린 디옹 등 'A급 스타'들이 줄줄이 공연을 거절한 탓이다. 가수 제니퍼 홀리데이도 애초 축하공연 요청을 수락했으나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결국 14일 축가를 부르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오바마 대통령의 두 차례 취임식에서는 비욘세와 브루스 스프링스틴, U2,에바 롱고리아, 제니퍼 허드슨 등 세계적인 가수와 영화배우들이 모습을 보였다.
취임식을 마친 후 이어지는 거리행진도 규모와 시간 모두 역대보다 축소됐다.
의사당에서 백악관으로 이어지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약 2.7㎞ 구간에서 진행되는 행진은 90분 동안 진행된다.
행진 악대로 나선 앨라배마 주(州)의 흑인 대학 텔러디가 대학과 군무로 유명한 '라디오시티 로케츠' 등 34개 단체가 참여한다.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취임 당시 거리행진은 73개 악대와 꽃장식 차량 59대가 동원돼 4시간 반 동안 진행된 바 있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때까지 60년 동안 줄곧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 아나운서로 활약한 찰리 브로트먼(89)은 볼 수 없게 된다.
브로트먼 대신 대선 때 트럼프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프리랜서 아나운서 스티브 레이(58)가 퍼레이드의 시작을 알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도착해 직원들과 인사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이날 밤에는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워싱턴DC 곳곳에서 벌어지는 축하 무도회에 참석한다.
그러나 춤을 즐기지 않는 그는 무도회 참석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워싱턴 컨벤션 센터와 내셔널 빌딩 뮤지엄에서 각각 열리는 3곳의 무도회에만 가는 것으로 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첫 취임 당시 각각 10곳과 9곳의 무도회장을 찾았다.
공식 취임행사는 다음 날인 21일 성공회 교회인 워싱턴 내셔널 성당에서 열리는 국가기도회 참석을 끝으로 마감한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취임식 행사에 3천만 달러(약 360억 원)의 시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90만 인파 예상, 테러 경계령
사흘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 취임행사에는 70~90만 명이 찾을 것으로 미 사법당국은 예상했다.
이는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첫 취임식 때 180만 명의 기록적인 인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런 가운데 100여 개 단체가 뒤엉켜 '친트럼프'와 '반트럼프'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국토안보부(DHS), 연방수사국(FBI), 의회경찰, 공원경찰 등 2만8천여 명의 보안 인력이 배치된다.
당국은 또 베를린, 니스와 같은 트럭 테러 가능성도 차단하기 위해 행사장 주변을 덤프트럭과 버스 등으로 차 벽을 설치하기로 했다.
취임준비위가 공식 취임행사의 구체적인 개최 시간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런 보안상의 이유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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