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아들 10년만에 귀향" 인사에 "반기문" 연호·만세 삼창
충주 환영대회 대선 출정식 '방불'…潘 "100m 달리기 속도로 마라톤 완주"
(충주=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충주의 아들이 유엔의 아들로 갔다가 10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을 환영하는 행사가 14일 그가 학창시절을 보낸 충북 충주에서 2천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충주시 재향군인회를 비롯한 충주 지역 2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이날 오후 충주체육관에서 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 충주시민 환영대회'는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주최 쪽은 선거법 위반 논란을 우려한 듯 행사 시작 전부터 연호 자제 등을 요청했지만, 시종 열띤 분위기가 이어졌다.
대회장은 온통 태극기 물결이었다.
반 전 총장은 오후 3시 30분께 손에 태극기를 들고 입구부터 줄지어 선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행사장에 들어섰다.
반 전 총장이 입장할 때 '고향의 노래'가 계속 흘러나왔고, 참석자들은 기립한 상태로 태극기를 흔들며 여러 차례 함성을 쏟아냈다.
무대 뒤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렸고, 체육관 상단에는 반 전 총장의 얼굴 사진과 함께 "반기문 총장님 사랑합니다"란 문구가 새겨진 전광판이 행사 내내 불을 밝혔다.
환영대회는 반 전 총장 활동 영상 상영, 환영인사, 답사, 감사패 증정, 축하공연 순으로 이어졌다.
충주 출신 주요 인사들은 환영사를 통해 이구동성으로 반 전 총장의 유엔 활동을 높이 평가하고 큰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은 "반 전 총장이 국제적 경험과 인맥, 능력을 바탕으로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일류 국가로 세우고,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큰 역할을 해 줄 것을 믿는다"고 밝혔다.
조길형 충주시장은 "얼마 전 중학교 특강 때 보니 어린 학생들도 반 전 총장이 세계평화를 위해 일하시는 분이라 존경한다고 하더라"며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희망을 품고 참석했다"고 말했다.
충북도의회 이언구 전 의장은 "중원(충주의 옛 지명)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힘과 용기가 솟아나기를 기원하자"며 만세삼창을 주도했다.
답사에 나선 반 전 총장은 "이렇게 추운 날 뜨거운 환영을 받으니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스럽다"며 "환송행사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나 유엔의 아들로 갔던 충주의 아들이 다시 돌아왔다"고 화답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0년간 마라톤 풀코스를 100m를 달리는 속도로 밤낮없이 뛰었다"며 유엔 사무총장직 수행에 최선을 다했음을 강조하고 기후변화협약 타결, 지속성장 발전계획 마련, 여성·청소년 등 약자 지위 향상을 최대 성과로 꼽았다.
행사가 끝난 뒤 수십여 명의 지지자들은 승용차에 오르는 반 전 총장을 에워싼 채 "반기문, 반기문"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충주 출신 인사 외에 제천·단양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권석창 의원도 참석했다.
반 전 총장은 환영대회 참석에 앞서 충주시 호암동에 사는 어머니 신현순(97)씨를 찾아 귀국인사를 했다.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신 씨는 비교적 정정한 모습으로 10년 만에 귀국한 아들 부부를 반갑게 맞았다.
반 전 총장은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큰절을 올리고 "유엔 사무총장직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며 "10년 동안 떨어져 있어 자식 도리를 다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계속 옆에 있으면서 효도하겠다"고 말했다.
신 씨는 "딸(반 전 총장 여동생)이 아들 오기 전엔 죽으면 안 된다고 해서 잘 먹고 잘 있었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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