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100달러 시대? "국내선 아직 멀었다"
美 일루미나 100달러 유전자 검사 시대 예고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세계 최대 유전체 분석기업 미국 일루미나가 '100달러 유전자 검사 시대'를 예고하면서 유전자 검사 대중화의 기대는 한껏 커졌지만, 실제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마치 금방이라도 우리 돈 12만원 정도면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것처럼 알려진 것과 달리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진단 시약 가격 등 다양한 부대 비용을 고려하면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여전히 요원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15일 복수의 유전자 분석 업체 관계자들은 실제 12만원 수준에서 유전자 분석 및 검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았다.
일루미나의 100달러 유전자 검사 시대 예고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의 대중화를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에 가깝다는 평이다.
이에 앞서 일루미나는 신형 유전자 검사 기기 '노바섹'을 공개하면서 100달러면 유전자 검사 및 분석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유전자 분석 산업과 정밀의학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약 150만원 가량인 개인의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전장 유전체) 분석 비용을 10분의 1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실제 체감하는 비용이 떨어지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장비 가격만 10억~12억원에 달하고 진단에 쓰이는 시약 비용 또한 공개되지 않아 전체 비용이 급격히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는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일루미나가 말하는 100달러는 분석 단가만 표현한 것에 가깝다고 본다"며 "실제로는 장비는 물론 진단 시약 가격, 분석 비용, 결과를 해석해 설명해주는 전문가(의료인)에 지불하는 비용 등 다양한 부분을 생각해야 하므로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전자 분석 장비와 기술 발전 등으로 전반적인 비용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특정 가격 수준을 언급하기는 어려우며, 당장 눈앞의 미래로 볼 수도 없다는 의견이다.
박창원 마크로젠 게놈연구소 소장도 "이번 발표는 산업의 변화를 예고한 것일 뿐 이런 혜택을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미국에서 100달러 수준까지 떨어져 한국에 들어오더라도 시행하고 적용하려면 규제 철폐와 개선 등이 필요하므로 국내에서 이른 시일 내 현실화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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