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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앞으로 탄핵 찬성·반대집회 자체추산 인원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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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앞으로 탄핵 찬성·반대집회 자체추산 인원 비공개"

종전까지 일시점 최다인원 1차례 공개…집회 전날 언론에 일방 통보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주말마다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 인원 집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경찰이 앞으로는 자체 추산한 인원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3일 "기존에는 언론에 30분 또는 1시간 단위로 일시점 운집 인원을 공개했고, 최근에는 가장 많이 모였을 때 한 번만 공개했으나 자꾸 혼란만 야기돼 경찰 추산 인원을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언론에 통보했다.

비공개 방침은 이철성 경찰청장의 최종 판단과도 다르지 않다고 서울경찰청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언론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인원 추산이 갈수록 논란이 되고, 몇 주 전부터는 탄핵 찬반을 놓고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단체들이 동시에 집회하다 보니 어느 집회 참가 인원이 많은지를 두고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 첫 주말이던 이달 7일 광화문 촛불집회는 주최 측이 연인원(누적인원) 60만명, 경찰은 일시점 최다 2만4천여명 참가로 추산했다. 친박(친박근혜) 보수단체의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는 주최 측 추산 약 102만명, 경찰 추산 3만7천명이었다.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실제 집회 상황과 비교해 경찰의 인원 추산 방식이 잘못됐고, 이는 촛불집회를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의심된다며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고소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그간 보수단체 측이 발표한 탄핵 반대집회 규모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많았고, 경찰이 그간 중요 사안에서 종종 정권 눈치를 봤다는 불신이 사라지지 않은 터라 논란은 더 컸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를 추산하는 방식과 목적은 주최 측과 달라 단순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다.

경찰은 집회에서 충돌이나 안전사고 등 돌발상황 발생에 대비해 기동대 등 경비병력을 운용한다. 시간대에 따라 특정 지점에 모이는 인원이 늘거나 줄면 그에 맞춰 경찰력을 증감하거나 이동시키려는 목적이다.

이런 이유로 경찰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일시점 기준' 인원이다. 해당 공간에 특정 시점 기준으로몇 명이 모였는지를 따진다.

주로 쓰이는 추산 방식은 '페르미법'이다. 3.3㎡(1평)당 앉으면 5∼6명, 서면 9∼10명이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 면적당 인원을 추산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미국, 일본, 이탈리아, 브라질 등 여러 국가 경찰도 페르미법 등 면적당 인원 추산 방식을 사용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한국과 유사한 논란이 일자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경찰은 내부 필요에 따라 인원을 추산하므로 엄밀히 말하면 언론에 추산 인원을 '공식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 집회 규모가 국민적 관심사인 경우가 많아 언론이 요청하면 관례적으로 자체 추산 인원을 공개했을 뿐이다.

반면 주최 측은 집회의 전체 규모를 강조해 여론의 크기를 최대한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다. 이 때문에 일시점 기준이 아닌 연인원(누적인원)을 추산해 공식 발표한다. 집회시간대 도중에 들어오거나 나간 인원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퇴진행동은 서울시가 집계한 광화문 인근 지하철역 승·하차인원 통계, 광화문 광장과 인접 도로·공터·이면도로·지하도·상가의 시민 분포 현황과 밀도, 통신업체 발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원을 추산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퇴진행동의 이런 방식도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아 일시점 최다인원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자체적으로도 아예 인원 추산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경찰의 집회 인원 추산이 애초 내부 용도이긴 하지만, 최근 집회 참가자 규모가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이처럼 일방적으로 인원 비공개 방침을 세운 것을 두고 적절하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인원 추산에 정확성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 경찰이라는 국가기관 스스로 '검증된 방식'으로 여기는 페르미법 추산 결과도 국민들에게 판단 참고자료로 제공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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