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춤추는 대선공약, 포퓰리즘이 걱정된다
(서울=연합뉴스) 대선후보들의 공약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후보들이 대선 정책 선점을 겨냥해 경쟁적으로 나서는 '공약 러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부상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서 채 여물지 않은 공약을 급조해 내놓는 게 아니냐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실천 가능성 보다 내지르고 보는 식의 포퓰리즘 성격의 공약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우리 경제의 난맥상이 구조화하는 조짐을 보이는 데도 위기 돌파를 위한 진지한 고민보다 당장 눈에 띄는 단기 처방에 주력하고 있어 대선 이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벌개혁만 해도 후보들이 앞다퉈 내세우다 보니 더 이상 나올 공약이 없을 정도라는 얘기가 들린다. 4대 재벌 지배구조 개선, 재벌집중 경제구조 해체, 금산 분리, 불공정 거래 관행 철폐, 집중투표제 등 메뉴가 차고 넘친다. 한 대선 캠프 관계자가 "재벌개혁은 이제 식상한 이슈가 됐다. 남은 것은 재벌 해체 밖에 없다"고 할 만큼 재벌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벌써 재벌 가문의 기업 지배권 박탈을 통한 재벌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재벌개혁이 시대 흐름과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해도 우리 경제의 틀을 바꾸는 중차대한 사안인 점을 고려하면 신중하고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 해체', `이재용 삼성 부회장 불법재산 몰수' 등도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하긴 어려운 포퓰리즘 공약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남경필 경기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근 공통 공약을 발표한 것은 기존의 대선에선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실험이다. 당과 이념을 달리해온 두 지사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공약을 상호 검증한 뒤 합치되는 것을 내놓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총장이 이달 말께 대선 공약을 발표한다고 하니 갈수록 후보들 간의 공약 각축이 치열해질 것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권력기관과 재벌 개혁 등을 약속한 데 이어 분야별 공약을 계속 발표할 예정이고, 다른 후보들도 공약 완비를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틈탄 이익단체들의 '공약 끼워 넣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 숙원사업을 공약에 담기 위해 대선공약기획단이나 범시민추진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의 민원이 세 확장과 표로 직결되는 만큼 섣불리 뿌리치기 어려운 게 현실이나, 이런 유혹에 빠지게 되면 공약은 말 그대로 누더기가 될 수밖에 없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空約)은 내부 점검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차단하고 배제하는 것이 백번 옳다. 철저한 공약 검증을 위한 방안도 모색해 봐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민간이 중심이 돼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분석하고 그 결과를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게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일부 이런 기능을 해왔으나 전문성, 편향성 등이 문제가 돼온 만큼 이를 극복할 길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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