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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불참 '양심적 병역거부자' 무죄…13년만에 처음

청주지법 "일방적 형사처벌 양심의 자유 침해…대안은 대체복무제 도입"

종교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1년 반 새 15건…헌재 위헌 심판 결과 주목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입영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무죄 판결을 받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2004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이 잇따르면서 이와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3번째 위헌 법률 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형걸 판사는 15일 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모(3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유씨는 지난해 3월께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유씨는 법정에서 "전투훈련에 참여할 수 없다는 종교적 양심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며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근거한 병역거부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기본권 보장을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고 그것이 가능한데도 국가가 아무런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게 형사처벌만을 감수하도록 한다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며 유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 이행의 형평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유력한 대안은 대체 복무제"라며 "특히 예비군 복무는 약 2년간의 현역 복무와 비교할 때 매우 가벼워 형평성 있는 대체 복무를 설계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게 무죄가 내려진 사례는 2004년 서울남부지법에서 단 한 차례 있었고, 이번이 13년 만에 처음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군 입영을 거부한 병역법 위반자에 대한 무죄 판결은 이보다 많다.

특히 최근 들어 이런 무죄 판결이 부쩍 늘어 2015년 5월 이후 광주지법 7건, 수원·인천·청주지법 각 2건, 부산·전주지법 각 1건 등 1년 반 새 벌써 15건이나 된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만도 40여건에 이른다.

현행 병역법 88조에서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비군 훈련 거부자도 예비군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이 법 조항에 대해 헌재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다수 판사는 이를 근거로 군 입영 거부자의 경우 복무 기간에 상응하는 1년 6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 3명이 또다시 헌법소원을 내자 조만간 있을 헌재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판사들의 소신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국제적인 추세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2012년을 기준으로 징병제를 유지하는 83개국 중 31개국이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징병제 국가인 대만과 덴마크, 독일, 러시아, 스웨덴,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폴란드, 핀란드 등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시행 중이다. 현역을 사회복무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1990년대에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을 치르고 현재도 영토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아르메니아도 2013년 대체복무제를 도입, 수감돼 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모두 석방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역시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갈등 해소를 위해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동안 북한과 대치 중인 특수한 안보 상황 때문에 대체복무제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 결과 유엔 인권이사회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분석보고서'를 보면 2013년 세계 각국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해 교도소에 갇힌 사람이 723명인데, 이중 한국인이 92.5%인 669명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치관과 판단 기준이 변했고, 인권 인식 역시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법리 기준도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조만간 있을 헌재의 3번째 위헌심판에 더욱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jeon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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