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길잃은 면세점 정책…여기도 배후엔 최순실
SK·롯데 갱신 탈락 석달만에 신규 추가 검토해 논란 자초
朴-재벌총수 독대후 지시 정황…특검, 뇌물 '대가성' 수사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전명훈 기자 = 박근혜 정부의 일관성 없는 면세점 정책 뒤엔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입김이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검은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대가성을 살피면서 관련 기업들에 대한 뇌물 의혹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유통업계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허가와 갱신 심사 등을 둘러싼 '면세점 대전(大戰)'으로 최근 2년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사업자 선정 과정마다 논란이 불거졌고,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불만이 쏟아졌다.
관세청 직원들이 발표 정보를 미리 빼내 주식거래를 한 사실까지 드러나 혼탁이 극에 달했다.
먼저 2015년 7월 정부는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그룹 계열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 2곳을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추가했다.
2000년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한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이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특허 갱신을 둘러싼 '2차 면세점 대란'이 일었다.
총수 일가끼리 경영권 분쟁을 겪던 롯데는 갱신 심사에서 잠실 월드타워점 특허 재승인에 실패했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면세점을 잃었다.
20년 이상 운영해오던 면세점의 문을 갑자기 닫아야 했기 때문에 탈락의 충격은 1차와는 비교할 수 없이 컸다.
면세점 대전의 후유증이 커지자 정부는 면세점 특허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요건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던 중 작년 4월 말 정부가 돌연 서울 시내면세점 4곳을 추가로 선정한다는 발표를 내놨다.
신규 사업자들은 추가 선정 계획에 크게 반발했고, 업계에서는 정부가 롯데와 SK에 다시 기회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당국이 면세점 추가의 근거로 제시한 관광객 증가 통계 자료에 오류가 발견돼 통계를 대체하면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정부의 이런 '갈지(之)자' 면세점 정책 뒤에도 최씨의 손길이 미쳤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특검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작년 2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단독 면담한 직후 관세청은 시내면세점 추가방안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을 약속하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 관련 사업에 추가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의심하고 있다.
K재단이 제안한 형태였지만 사업 이권은 최씨 개인회사인 더블루케이와 독일 법인이 챙겨가는 구조였다.
정부가 일관성 없는 면세점 정책을 펼치면서 그 피해는 유통업계와 관광업계에 고스란히 돌아갔다. 이로 인해 경제의 주름살은 더 깊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씨 농단으로 정책이 손바닥 뒤집히듯 뒤바뀌는 동안 면세점 업계는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고사하고 사업계획을 제대로 짜는 것조차 불가능했다"며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그 피해는 업체들에 고스란히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