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 아낌없이 주는 시골 이발사
쌀 기부·장기기증 서약 창녕 김동만 씨 "세끼 밥 먹으면 됐지"
(창녕=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경남 창녕군 남지읍 남지리 남포동 마을엔 눈길을 끄는 이용원 간판이 있다.
간판에는 큰 글씨로 '남지 김동만 이용원, 기초생활수급자 무료이발'이라고 쓰여있다.
나무로 기둥을 세웠고 간판 색깔이 바랬지만, 4년째 변함없이 내걸려 있다.
이발사 김동만(69) 씨는 이 간판을 2013년 12월 1일 내걸었다.
간판을 내걸기 1년 전인 2012년 12월 1일, 이용원은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홀몸으로 이용원을 꾸려오던 김 씨는 실의에 빠졌지만, 그에게는 따뜻한 고향 사람들이 있었다.
친구와 동문들이 조금씩 성금을 모아줬다.
그는 인근 빈집에서 1년간 텐트 생활을 하며 손수 3평짜리 이용원을 지었다.
김 씨는 "다시 개업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이발봉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간판에 적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 이용원을 찾는 기초생활수급자 고객은 모두 40명가량이다.
이들에게는 무료이발을 할 수 있는 종이카드를 따로 만들어 준다.
돈을 내는 일반 손님이 찾아오더라도 순서대로 똑같이 이발, 면도, 머리 감기, 드라이를 정성껏 해준다.
일반인 이발 요금은 1만2천원. 10년째 그대로다.
김 씨는 스포츠머리도 절대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가위로만 깎는다.
칠순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안경을 끼지 않을 만큼 건강하다.
김 씨 솜씨는 입소문이 나면서 창원에 있는 기업체 사장도 이곳에서 이발하고 갈 정도다.
50년 가까이 가위를 잡아온 김 씨는 "대한민국 최고 장수 이발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껄껄 웃었다.
그는 지난해 성탄절을 앞둔 12월 23일 어렵게 모은 돈으로 쌀 20kg 60포대(210만원 상당)를 남지읍에 기부했다.
김 씨는 지난해 초 설을 앞두고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쌀을 기부했다.
배고프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누구보다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을 냈다.
김 씨 집과 휴식공간은 이발소 한쪽에 겨우 새우잠을 잘 수 있을 쪽방이 전부다.
그는 "하루 세끼 밥 먹으면 됐지"라며 여전히 웃음이 가시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는 얼마 전 장기기증 서약까지 했다.
김 씨는 "살면서 아낌없이 주고 나눠야지"라며 "욕심을 버리니까 사는 게 너무 즐겁고 편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단골 고객 김윤기(65) 씨는 "자신도 먹고살기 힘들 텐데 어려운 이들을 돌보는 마음이 너무 고맙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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