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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구조체로 세포 방향성 조정…"상처·조직 재생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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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구조체로 세포 방향성 조정…"상처·조직 재생에 활용"

고 서갑양 서울대 교수 유작 연구, 제자들이 완성해 논문 발표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기울어진 형태의 나노섬모 구조체(nanocilia)를 만들어 세포들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손상된 상처나 조직을 흉터 없이 재생하는 등의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 공학과 김필남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홍남 박사팀은 13일 잘 디자인된 기울어진 나노섬모 구조체를 이용해 세포의 움직임을 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그 과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세포는 놓여있는 바닥면의 형상을 인식해 자신의 방향성을 정하는 '접촉유도'(contact guidance)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직으로 서 있는 나노섬모 위에서는 세포가 가로와 세로 방향을 동일하게 인식하기 때문에 두 방향으로 정렬하는 모습을 보인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지름 400㎚(나노미터=10억분의 1m), 길이 2천㎚의 나노섬모가 30도, 45도, 60도, 75도 90도로 기울어져 서 있는 구조체를 만든 뒤 각 구조체 위에서 세포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나노섬모가 30도와 45도로 기울어져 있는 구조체 위의 세포들은 나노섬모가 기울어져 있는 한 방향으로 모두 정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홍남 박사는 "잘 디자인된 기울어진 나노섬모라는 공학적인 도구를 통해 물리적인 요소를 이용해 세포의 움직임을 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세포들의 정렬이 먼저 바닥면의 방향성을 인식하고 그 방향으로 세포가 길어지는 두 단계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방향성 있는 세포 유도는 손상된 상처나 조직이 재생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며 "이 연구 결과는 물리적 요소만으로 세포의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음을 보인 것으로 앞으로 흉터 없이 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 패치 등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천재과학자로 주목받으며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던 중 2013년 미국 하와이에서 불의의 사고로 41살의 나이로 숨진 고 서갑양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연구를 시작했다가 마무리하지 못한 것을 제자들이 완성해 발표한 것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김 교수와 김 박사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과 정훈의 교수 등 서 교수의 다른 제자들과 함께 서 교수가 생전에 마무리 짓지 못한 연구를 완성하기로 하고 함께 연구를 수행해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ACS Nano'에 서 교수를 공동저자로 발표했다.

서 교수는 2004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올해의 젊은 과학자 100인'에 뽑혔으며 2010년에는 젊은과학자상(공학부문)을 수상했다.

생체모사 시스템 분야에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등록 국제학술지에 논문 180여편을 게재하는 등 주목을 받았으나 2013년 6월 학술대회 참석차 방문한 하와이에서 사고로 숨져 학계를 안타깝게 했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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