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만드는데 든 돈' 1천500억 돌파…한은 세뱃돈 '골치'
"세뱃돈은 새 돈 아닌 깨끗한 돈으로" 캠페인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올해 설날엔 새 돈을 바꾸려는 노력보다 깨끗한 돈과 진심 어린 덕담을 준비하세요."
한국은행이 지난 11일부터 일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진행 중인 새 돈 안 쓰기 캠페인의 내용이다.
유동성 확대 공급과 손상 화폐 증가의 영향으로 작년 한 해 동안 '돈을 만드는데 들어간 돈'이 1천500억 원을 넘어섰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화폐제조비용은 1천5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1천440억원보다 4.4%(63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주화(동전) 제조비용은 537억원으로 2015년보다 2억원 줄었지만 은행권(지폐)은 966억원으로 7.2%(65억원) 늘었다.
연간 화폐제조비용은 5만원권이나 새 1만원권 발행 등 신권 교체 수요가 있을 때를 빼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왔지만 작년엔 2015년에 이어 2년째 증가세를 보였다.
지폐 제조비에는 종이와 잉크 외에 홀로그램 등 각종 위·변조 방지장치 비용이 포함된다.
동전 제조비는 구리나 알루미늄 등 재료값과 압연비를 포함한다.
매년 설을 앞두고 한은이 공급하는 화폐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다.
설 직전 10영업일 간 화폐 순발행액은 2013년 4조4천억원에서 2014년 5조2천억원으로 증가했고 작년까지 5조2천억원 선을 유지했다.
특히 2009년 발행하기 시작한 5만원권은 수요가 늘어 2015년 한 해동안 발행한 금액이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은은 설을 앞두고 신권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포스터를 제조, 배포하고 라디오 광고를 하는 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은의 포스터와 광고엔 "세뱃돈은 사랑입니다. 깨끗한 돈으로 마음을 나누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의 지폐가 한국은행에서 발행된 후 다시 환수될 때까지 시중에서 유통되는 기간은 1천원 짜리가 평균 3년 4개월, 5천원 짜리는 평균 5년 5개월이다.
옛 지폐는 유통수명이 이보다 짧았으나 그나마 새 지폐가 발행된 이후 수명이 다소 길어졌다.
손상돼 폐기한 화폐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15년 손상 화폐는 3조3천955억원으로 전년(2조9천847억원)보다 13.8% 늘었다.
이중 지폐는 6억장으로 5톤(t) 트럭 112대분인데 이를 수직으로 쌓으면 높이가 에베레스트 산의 7배에 달한다.
손상 화폐 폐기액은 2011년 1조7천333억원, 2012년 1조8천337억원, 2013년 2조2천125억원, 2014년 2조9천832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작년 상반기 중 폐기한 손상 화폐 규모는 1조5천151억원이었다.
작년엔 동전을 녹여 구리 등 원자재를 재활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동전 훼손행위에 대한 처벌이 2배로 강화됐다.
주화 훼손에 대한 처벌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인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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