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기업 미쓰비시도 사원 혹사…"한달 이틀 휴무…손이 떨렸다"
월 초과근무 120시간에 상사는 '내가 죽으라면 죽을래?' 폭언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대형 광고회사 덴쓰(電通)에 이어 대기업 미쓰비시(三菱)도 법을 어기며 사원들을 혹사시킨 사실이 드러나며 일본 사회에서 비판 여론이 뜨겁다.
12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 가나가와(神奈川) 노동국은 11일 노동기준법 위반 혐의로 미쓰미시전기와 과하게 초과근무를 시킨 회사원 1명을 '엄중 처벌' 의견으로 검찰에 서류송치했다.
노동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쓰비시는 지난 2014년 1~2월 이 회사가 노사협정으로 정한 월 초과근무시간인 60시간이 넘는 초과근무를 시키면서도 근무 시간을 축소해 노동 당국에 신고했다.
노동국은 지난 2013년 이 회사에 입사했다 퇴사한 한 남성(31)의 신고를 받고 조사를 진행했다. 이 남성의 변호사에 따르면 박사 출신으로 사내의 정보기술연구소에 근무한 이 남성은 지난 2014년 1월부터 연구논문 작성 등으로 업무량이 증가해 같은 해 2월에는 한 달에 160시간의 초과근무를 했다.
일본의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한 달에 80시간을 '과로사 라인(경계선)'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보다 2배나 많은 초과근무를 한 셈이다. 이 남성은 같은 해 4월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고 작년 6월에는 해고당했지만 노동 당국으로부터 산재를 인정받았다.
재작년 덴쓰에 이어 다시 대기업 사원의 혹사 사례가 나오자 일본 사회에서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다.
앞서 2015년 12월에는 도쿄대 출신인 덴쓰의 신입사원 다카하시 마쓰리(高橋まつり·여·사망 당시 만 24세)가 한 달간 105시간의 초과근무를 하는 등 과한 업무에 시달린 끝에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카하시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고질적인 초과근무 지시가 사회문제가 됐고 결국 덴쓰의 사장이 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미쓰비시의 전직 회사원은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달에 이틀밖에 휴일이 없었다. 스트레스로 밥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손이 떨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울면서 잠이 드는 사람이 (회사에) 많이 있다. 나와 (자살한) 마쓰리상은 종이 한장 차이였다"고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상사로부터 "네 연구자 생명을 끝장내는 것은 간단하다", "지시한 것만 할 줄 아느냐. 너는 내가 죽으라고 하면 죽을 거냐" 같은 폭언을 듣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이른바 '일하는 방식 개혁'의 일환으로 법으로 월 최대 초과근무 시간을 규정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마쓰리 상 등의 사연이 알려지며 기업의 초과근무 실태가 화제가 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을 당겨 소비를 진작시키자는 의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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