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영권이양·재산신탁 발표에 "이해충돌 해소 미흡" 비판(종합)
美정부윤리청장 "이해충돌 막으려면 자산 매각해야" 공개 비판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김아람 기자 =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트럼프그룹' 운영을 두 아들에게 맡기고, 재산은 신탁 방식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대통령 취임 후 공적 업무가 자신의 비즈니스와 이해충돌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를 피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해 충돌을 완전히 차단하기에는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자신은 트럼프그룹의 경영에서 물러나고 두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이 회사를 경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 있는 두 아들이 앞으로 트럼프그룹을 이끌 것"이라며 "두 아들은 저와 (회사 운영에 대해) 상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 세계에 고급 골프장과 리조트, 호텔을 거느린 트럼프그룹의 소유자로, 재산이 30억 달러(약 3조5천억 원)에 달한다.
이 재산은 신탁하게 되며, 회사 경영권은 두 아들과 한 중역에게 맡긴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 변호사의 설명이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 재임 기간에 해외사업을 새롭게 진행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외부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월터 샤웁 미국 정부윤리청(OGE) 청장은 이날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당선인의 계획이 부적절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샤웁 청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기업 자산 매각을 약속해야 한다"며 "자산 매각이 대통령이 치러야 할 지나치게 큰 대가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해 충돌 막으려면 반드시 자산을 처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위 공직자들이 이익을 위해 지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드는 위험을 무릅쓰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윤리 변호사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보유지분을 청산하거나, 자기 소유 자산이 어떻게 운영·관리되는지 대통령이 알 수 없는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부터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자산을 백지신탁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산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며 백지신탁에 준하는 조처를 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일찌감치 "백지신탁을 하지 않겠다"며 자녀들에게 사업을 맡기겠다고 공언해 왔다.
샤웁 청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산신탁 방안을 두고 "백지신탁과의 공통점은 '신탁'이라는 꼬리표밖에 없다"며 "아들들이 여전히 사업체를 경영하며, 트럼프 당선인은 그가 무엇을 가졌는지 안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1기 백악관에서 윤리담당 고문을 일한 노엄 아이젠은 CNN방송에 "비극적이게도 모든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사업체를 맡기는 것만으로 이해 충돌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존 매케인 등 과거 공화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변호사 매슈 샌더슨은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진정한 방화벽이 없으면 외부인들은 트럼프그룹과의 사업을 미국 정부에 접근하거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단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연방정부 공무원과 트럼프그룹 직원 간 소통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하지는 않았다.
시민단체인 '선거법률센터'의 래리 노블 사무국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경솔한 행동은 스캔들과 부패를 촉발하게 될 것"이라며 "저와 많은 사람은 윤리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강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사업 규모가 방대해 백지신탁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현실적으로 트럼프그룹을 경영할 독립적인 신탁회사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의 변호인 셰리 딜런은 기자들에게 "트럼프 당선인에게 그가 만든 회사를 파괴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번 계획은 미국민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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