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영국 내 학생운동·정치단체에 잠입해 로비 활동"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스라엘이 영국 내 확산하는 반(反)이스라엘 캠페인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영국의 학생 운동과 정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아랍권 위성방송이 11일 보도했다.
알자지라 탐사보도팀에 따르면 영국 런던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재정·전략적 지원 방식을 통해 영국에 있는 대학생들과 영국 주요 정당의 청년 단체 등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
이러한 정황은 탐사보도팀이 6개월 간 이스라엘 지지 단체에 잠입 취재하면서 드러났다.
이번 탐사 보도를 한 로빈 기자는 주영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샤이 마소트와 영국에 있는 정치인들, 친이스라엘 성향의 활동가, 분석가들의 연결 고리를 집중 취재했다. 마소트의 명함에는 런던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의 선임 정무담당자로 소개돼 있다.
취재 결과 이스라엘은 영국 내 젊은 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영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공격적 로비를 펼쳤다고 탐사보도팀은 전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로비는 영국 내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불매·불참,Boycott)과 투자 철수(Divestment), 경제 제재(Sanction) 등 국제사회의 이른바 BDS 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BDS 운동은 현재 영국의 대학가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
영국전국대학생연합(NUS)도 2015년 6월 BDS 운동을 표결에 부쳐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NUS는 그 다음해 회장으로 첫 여성이자 흑인 무슬림인 말리아 부아티아를 선출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인권 옹호론자이기도 하다.
이에 맞서 영국 대학 64개 유대인 동아리로 구성된 유대인대학생연합(UJS)은 영국에서 BDS 운동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 왔다.
UJS는 이스라엘 대사관으로부터 자금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NUS 회장 선거에도 개입하려 시도했다고 알자지라는 폭로했다.
이스라엘 대사관과 자주 협력을 해 왔다는 친이스라엘 성향의 활동가 마이클 루빈은 부아티아를 "아주 나쁜" 인물로 묘사하며 "우리는 그녀에 대항하는 사람을 지지하는 선거 운동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마소트의 적극적 로비 행보도 알자지라 카메라에 잡혔다.
마소토는 지난해 10월 대사관 부근의 한 식당에서 영국 보수당 소속의 교육부 차관 보좌관과 만나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영국 정치인을 거론하면서 "끌어내릴 의원들" 등의 발언을 했다.
마소트는 이 자리에서 "당신이 끌어내릴 국회의원 명단을 알려줄까"라고 제안한 뒤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앨런 던컨 외무차관을 특정해 가리키며 "그가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알자지라가 몰래 촬영한 영상을 입수한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의 최근 보도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데일리 메일의 보도로 파문이 일자 주영 이스라엘 대사관은 곧바로 마크 레저브 대사 명의로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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