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방백서로 재차 확인된 북핵 위협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핵미사일을 전담하는 1만 명 규모의 '전략군'을 편성한 사실이 처음 공개됐다. 11일 국방부 홈페이지에 올려진 '2016 국방백서'가 밝힌 내용이다. 북한의 각군 사령부와 동격인 이 전략군은 중국의 로켓군, 러시아의 미사일군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와 함께 장거리 투발(投發)수단인 미사일 기술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이뤄 실전 전력운용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40여Kg에서 50여Kg로 25%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백서는 2008년부터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을 40여Kg으로 추정해 왔다. 플루토늄 50Kg은 대략 핵탄두 1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백서는 또 북한이 HEU(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서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으로 분석했다. 고농축우라늄을 만드는 기술은 핵탄두 소형화에 꼭 필요하다. 핵탄두를 소형화해야 ICBM에 탑재해 정확히 목표로 날려보낼 수 있다.
북한의 ICBM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사거리 1천Km의 스커드-ER 미사일 배치 등을 국방백서가 처음 언급한 것도 눈길을 끈다. 2012년 이후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급 KN-08을 3차례, SLBM인 KN-14를 1차례 외부에 공개했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능력에 대한 국방백서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후퇴한 듯한 느낌을 준다. 2014년 백서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만한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직 ICBM 개발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봤다. 국방부 당국자는 "무수단미사일 시험발사에서 거듭 실패하는 것을 볼 때 시험발사도 하지 않은 ICBM 수준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백서를 보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군 당국의 인식이 상당히 현실에 근접했다는 느낌이 든다. 상투적인 '평가절하' 일변도에서 벗어나 인정할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태도로 바뀐 듯하다. 북한 HEU 프로그램의 진전, ICBM과 SLBM 시험 발사 등을 공식 인정한 부분이 그런 예이다. 하지만 분석과 추정의 근거가 매우 빈약한 기술적 한계는 여전했다. 예컨대 플루토늄 보유량을 영변 원자로의 가동 및 정지 시점, 폐연로봉 재처리 동향, 핵실험 소모량 등을 근거로 추정했다는 대목이 그렇다. 어느 것 하나 확실한 데이터가 없는데 어떻게 구체적 수치를 내놓을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HEU 기술의 진전을 추측한 부분은 더 황당하다. 백서는 이와 관련 "북한이 HEU를 확보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해온 점과 시간의 경과 등을 고려했다"고만 밝혔다. 한 나라의 '국방백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비과학적인' 분석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음이 이번 백서로 재차 확인됐다.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의 대응 의지와 수단이다. 불행하게도 국정은 대통령 탄핵소추에 막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한미 공조 강화로 유엔 대북 제재가 철저히 이행되도록 해, 북한의 핵 도발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 외에 다른 뾰족한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국정이 정상화될 때까지 더 나빠지는 것을 막는 '현상관리'에 주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마이클 플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나 북한 핵 불용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확인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상당수의 야권 대선후보들이 사드 배치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머지않아 출범할 차기 미국 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당국자와 한미 동맹의 대원칙을 다짐하고 주요 현안들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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