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미르재단 위해 4일 연속회의-출연 기업과 약정까지 챙겨"
청와대·전경련 관계자 진술…최상목 前비서관 '왜 출연 약정 못 받았나' 질책
검찰 "모철민 대사, 미르 초대 이사장 직접 챙겨…'청와대 컨트롤' 증명"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황재하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61·최서원으로 개명)씨의 이익을 챙기는데 이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미르재단 설립을 위해 청와대가 4일 연속 회의를 열고 출연금을 받아낼 기업을 정하는 등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2회 공판에서 전경련 사회공헌팀장 이모씨의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이씨는 검찰에서 "2015년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 총 4차례 미르 재단 설립 관련한 청와대 회의가 열렸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회의에서는 문화 관련 재단의 창립총회 행사와 관련한 계획을 논의했고, 다음날부터 구체적으로 재단 설립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논의했다는 내용이다.
이씨는 "최상목 당시 경제금융비서관이 회의에서 재단 설립과 관련한 일정과 체크할 사항을 참석자들에게 알려주고, 같은 달 27일 등기를 해야 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진술했다.
또 "최 전 비서관은 세 번째 회의에서 업무 진행 경과를 확인하며 기업의 출연 약정서를 다 받지 못했다는 말에 화를 냈다"며 "최 전 비서관이 '어떤 기업이 내지 않았느냐'며 명단을 달라고 말해 분위기가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전경련 관계자들이 청와대 회의에 불려가 '왜 기업 출연 약정서를 받지 못했냐'며 질책받은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전경련 사회본부장인 또 다른 이모씨는 "청와대가 (재단에 출연할 기업으로) 4개 정도 기업을 추가하라고 했다"며 "안 전 수석이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에게 직접 4개 기업을 찍어주며 출연금을 받으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일개 재단인 미르재단이 이해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공개됐다.
검찰은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와 김형수 초대 미르재단 이사장 사이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며 "김씨가 프랑스에 방문하자 모 대사가 직접 나와 사업을 챙겼다"며 "결국 청와대가 직접 미르재단을 컨트롤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 대통령 비서관실 이모 행정관은 "안 전 수석이 최 전 비서관 등을 불러 사무실 사진 서너장을 보여주며 '이 건물들도 (미르재단 사무실) 후보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고, 안 전 수석 지시대로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사무실 후보지를 직접 돌아다녔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사적 재단인 미르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을 넘어 사실상 실무까지 도맡아줬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르재단은 K스포츠재단과 함께 최씨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설립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는 안 전 수석과 공모해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출범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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