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風 진원지 충청을 잡아라"…대선주자들 潘 귀향 맞춰 '구애'
반기문 14일 고향 음성 방문, 충주 노모 귀향 인사로 본격 대선 행보
문재인 11일 충북 찾아…안희정 10일 토크콘서트, 안철수도 충청방문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탄핵정국으로 대선 시간표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기문 전 유엔(UN)사무총장의 귀국을 계기로 각 정파의 충청권을 향한 구애가 본격화된다.
충북은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면서 전체 판세를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로 불려왔다.
특히 올해는 역대 대선에서 처음으로 충북 출신인 반 전 총장이 유력한 주자로 떠올라 충청권 민심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12일 오후 5시 30분 귀국해 동작구 사당동 자택에서 여장을 풀고 이틀 뒤인 14일 고향인 음성을 방문, 부친 선영에 참배하고 충주에 거주하는 모친 신현순(92) 여사에게 귀향 인사를 한다.
고향 음성과 노모가 있는 충주를 방문하는 것이 사실상 반 전 총장의 대선 출정식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반 전 총장의 귀국과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계기로 충북 여권 판도가 전면적으로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탄핵 등과 맞물려 위기에 몰린 새누리당 충북 국회의원 5명 가운데 원내총무를 맡은 정우택 의원을 제외한 4명이 이미 반 전 총장과 동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외인 3명의 당원협위원장 모두 반 전 총장의 대권 행보에 동참할 뜻을 내비쳤다.
새누리당 도의원들도 대부분 '친반(親潘)' 진영 합류가 점쳐진다. 중앙 정치권의 지형 변화와 관계 없이 적어도 반 전 총장 고향인 충북에서는 이미 그가 대선 정국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양상이다.
반 전 총장 측은 고향인 충북을 '반풍(潘風)'의 진원지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칫 '충북 대통령'이라는 지역적인 프레임에 갇힐 경우 오히려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반 전 총장 귀향에 맞춰 음성과 충주에서 사회단체가 자발적으로 준비해온 대규모 환영행사를 자제해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음성 사회단체들은 반 전 총장 측 요청을 수용, 환영대회를 사실상 취소했다. 충주의 사회단체들도 행사 취소나 축소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충청 대망론'이 점화되는 시점에 맞춰 야권 대선주자들의 견제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 전 총장의 귀국 하루 전인 11일 충북을 찾는다.
11일 오후 충북도청을 방문해 같은 당 소속인 이시종 지사를 만난 뒤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충북 관련 정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청주상공회의소에서 지역 경제인들을 만나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복안도 밝힌다.
민주당 당원들과 커피숍에서 티 타임을 갖고 이른바 '개헌 보고서'와 관련 어수선한 '당심(黨心)'을 다독이고,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만찬을 하는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다.
문 전 대표 측은 충북 방문을 오래전에 계획했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반풍'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반기문 바람이 미풍에 그칠지, 태풍으로 번질지는 반 전 총장 귀국 후 1∼2개월 이내에 판가름날 것"이라며 "문 전 대표의 충북 방문은 이런 점을 고려해 기획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충북도당도 10일 "반 전 총장의 귀향 행사를 앞두고 충주에 100여개가 넘는 환영 현수막이 걸리고, 기업을 상대로 한 행사 후원금 모금, 학생동원 계획 등이 거론되는 등 사전 선거운동 의심이 든다"는 성명을 발표, 반 전 총장의 '충청 대망론'에 일침을 놓았다.
충청권 맹주를 자처하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8일 "국민의 당 등이 모색하는 반기문 영입 등 제3 지대론은 (1990년)Ɖ당 야합'과 똑같은 잘못"이라고 반 전 총장을 겨냥한 날카로운 견제구를 던졌다.
안 지사는 10일에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2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하는 '안희정과 함께, 훈밥'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반 전 총장의 귀국에 맞춰 충청권을 지키기 위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 당 대표도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곧바로 충청권을 향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9일 충북과 충남도당 개편대회에 잇따라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안 전 대표는 '반기문 연대설'을 일축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안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하려면 첫째, 박근혜 정부와 연관성이 없어야 하고 둘째, 부패 기득권을 척결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함께하는 사람들이 수구적 사람들이 아니라 개혁적 사람이어야 한다"며 "반기문 총장님은 두 번째, 세 번째 기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발언에도 불구, 국민의 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충북도당 개편대회에서 "반 전 총장이 정치적 입장을 정리해 국민의 당의 정체성을 인정하면 국민의 당에 들어와 강한 경선을 할 수 있다"고 주장, 반 전 총장에 대한 당 차원의 구애를 접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치권의 구애와 견제가 엇갈린 가운데 반 전 총장의 귀국을 계기로 '중원(中原)'으로 불리는, 대선의 향배를 가름할 충청권 표심잡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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