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경제정책 핵심은 '따뜻한 시장경제'…'버핏세' 힘싣기
'진화된 자본주의', '국제기준 맞는 제도'와 함께 3대 키워드
적극적 주주권 등 '자본주의 5.0' 구현 목표…경제팀에 외국인도 포함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경제정책 밑그림이 10일 윤곽을 드러냈다.
핵심은 '따뜻한 시장경제'와 '진화된 자본주의', 그리고 '글로벌 스탠다드(국제기준)에 맞는 제도' 등 세 가지다.
반 전 총장의 경제팀을 이끄는 곽승준 고려대학교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세 가지 키워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한 시장경제"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재 '자본주의 3.0' 시대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를 미국 등 선진국이 추구하는 '자본주의 5.0'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박 교수가 언급한 자본주의 3.0은 기존의 '케인스주의(정부 주도 성장)'를 벗어나 시장의 자율경쟁을 강조하는 체제다.
이런 체제는 재벌이나 부유층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클 수밖에 없고,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곽 교수는 지적했다.
공적 영역에 견줘 규모가 커진 민간영역에서 자발적·자생적인 부(富)의 재분배가 이뤄지는 자본주의 5.0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곽 교수의 구상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핵심이 진화하고 있는데, 우리만 언제까지 구체제에 머무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시위'는 현 제도의 한계를 노출했으며,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자본주의가 내부로부터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제시했던 '버핏세', 빌 게이츠의 'KIPP(Knowledge Is Power Program)', 조지 소로스의 기부 등을 구체적 예로 들었다.
곽 교수는 "법인세율 인상도 검토되느냐"는 질문에 "조세제도 개편은 굉장히 중요한 파트로 들어갈 것"이라며 "법인세와 소득세 전반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세율을 조정하고 세목을 바꾸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민간의 능동적인 측면을 강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곽 교수는 "민간 기업도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아니면 촛불시위에서 보듯 국민의 '적'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도 국내에선 기업들이 거부감을 느끼지만, 이미 선진국의 진화된 자본주의 체제에선 상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의 경제팀에는 외국인도 포함됐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경제제도를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곽 교수는 "어떤 정책을 추진하든 확실한 건 시장경제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 틀을 벗어나는 순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 같은 게 재원을 따지지 않은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라고 그는 비판했다.
곽 교수는 '청년 초봉 200만원' 등이 반 전 총장의 핵심정책으로 일부 언론에 소개된 데 대해 "적어도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는 없다. 처음 보는 얘기"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의 '따뜻한 시장경제' 키워드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경제민주화'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따뜻한 보수'와 맞닿는 듯하다.
반 전 총장이 귀국 이후 경제정책에서도 '제3지대'나 개혁 성향의 보수진영과 공통분모를 모색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곽 교수는 "진화된 자본주의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측면에서 기존 정치권의 경제정책과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