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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글로벌시대> 귀화 선수 프리슈와 빅토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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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글로벌시대> 귀화 선수 프리슈와 빅토르 안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지난해 대한체육회의 추천과 법무부 심사를 거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아일렌 프리슈 선수가 지난 6일(한국시간) 독일 쾨니히스제에서 열린 루지 월드컵 여자 1인승 경기에서 12위에 랭크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2년 가까운 공백기에도 1위 기록과 큰 차이가 없었던 데다 썰매 종목은 코스 적응도가 매우 중요하므로 남은 기간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입상을 노려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프리슈 선수의 귀화를 두고 인터넷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빚어졌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올림픽 메달을 위해 귀화를 남발하는 것은 한국인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돈으로 메달을 사는 것과 다름없어 올림픽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찬성론자들은 순혈주의에 집착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의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며, 한국의 위상 제고와 국력 강화를 위해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론을 내세운다.


프리슈 선수에게 적용된 특별귀화의 경우 이중국적이 허용된다는 점도 시빗거리다. 한쪽에서는 "프리슈 선수가 올림픽이 끝나면 독일로 돌아갈 것"이라며 이른바 '먹튀' 우려를 제기하는 데 반해 루지 연맹 관계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특별귀화를 추진했으며 프리슈 선수도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 한국의 루지 발전을 위해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겠다고 밝혔다"고 반박한다. 케냐 출신의 마라토너 에루페와 브라질 출신 축구선수 에닝요의 특별귀화 추진이 좌절된 사례를 들어 '종목 차별' 혹은 '백인 특혜'설을 제기하는 의견도 등장했다.




외국인 운동선수 가운데 첫 귀화인은 1994년의 배구선수 후인정이었으나 그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화교 3세여서 시비 대상이 아니었다. 2000년 귀화한 사리체프(한국명 신의손)를 비롯해 데니스(이성남), 사비토비치(이싸빅) 등 축구선수들도 5년 이상의 국내 거주, 생계 능력, 한국어 구사능력, 소양과 품성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갖춘 데다 국가대표에 발탁되지 않아 큰 논란을 빚지 않았다. 중국 출신의 탁구선수 당예서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귀화인으로서는 처음 동메달을 따냈을 때도 2001년 입국해 2007년 국적을 취득하기까지 오랜 인고의 생활을 견뎠기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분위기는 특별귀화 제도가 시행된 2011년부터 바뀌었다. 특별귀화는 요건이 까다로운 일반귀화나 혈연·국제결혼 등에 의한 간이귀화와 달리 정부가 지정한 분야별 대표기관의 추천과 법무부의 심사를 거쳐 국적을 부여할 수 있는 절차로,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거나 과학·체육·기술·문화 등 우수한 능력을 보유하고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자가 대상이다.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본래의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 102명이 국적 회복을 포함해 특별귀화 혜택을 받았는데 분야별로 보면 과학 55명, 체육 19명, 인문·사회 11명, 첨단기술 7명, 문화·예술 6명, 경영·무역 4명 등의 순이다. 2011년 체육 분야 특별귀화자인 남자농구의 문태종·태영 형제, 여자농구의 김한별 선수는 어머니가 한국인이고 여자 쇼트트랙의 공상정 선수는 한국에서 태어난 화교 3세다.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들은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가 확정된 뒤 취약 종목을 중심으로 영입된 특별귀화자들이다. 프리슈 선수 이전에도 아이스하키 선수 7명과 바이애슬론 선수 3명이 한국 국적을 얻었다. 피겨 아이스댄싱과 페어 종목에서도 메달 유망주들의 특별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는 반대의 사례도 등장해 한국인들을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3관왕 안현수 선수(빅토르 안)가 러시아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낸 것이다. 안현수는 네덜란드에서 벨기에로 국적을 바꾼 스피드 스케이팅의 바트 벨드캄프에 이어 두 개의 국적으로 각각 올림픽 메달을 따낸 두 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러시아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러시아 국기를 향해 경례하는 그의 모습을 두고 사이버공간에서는 격론이 펼쳐졌다.



국적을 바꿔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하는 사례는 종종 있다. 1990년대 초 소련이 해체되면서 우수 선수들이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주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고, 최근에는 카타르나 바레인 등 중동 국가들이 오일 머니를 앞세워 육상이나 축구 등의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둘 이상 국적을 가진 선수라도 한 나라만 대표해 출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국적을 바꾼 선수는 이전 국가의 대표로서 국제대회에 참가한 뒤 3년이 지나야 한다. 종목별로는 각기 규정이 다르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이 가장 까다로워 만 21세까지 한 차례만 소속 협회를 바꿀 수 있고, A매치 출전 경력이 있으면 새 국적의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이에 반해 프로야구 국가대항전인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는 미국이 우수 선수들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흥행을 위해 조부모나 부모의 국적 중 한 나라를 고를 수도 있고, 본인의 출생국이나 영주권 보유국의 국가대표로도 출전할 수 있게 했다.



국가 간의 경쟁심이나 각국 국민의 응원에 힘입어 스포츠 종목들이 발전해온 측면을 부인할 수 없으나 스포츠 내셔널리즘은 승리 지상주의와 국수주의를 부추기고 독재나 전체주의에 이용될 우려도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시대적 추세에 걸맞게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외국인 선수들을 포용하는 자세를 지닐 필요가 있다. 다만 그 의도가 올림픽 주최국으로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곤란하다. 그것 자체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것일뿐더러 세계시민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hee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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