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현실로 닥친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압박
(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다. 아직 취임도 하지 않았는데 트럼프 당선인의 말 한 마디에 글로벌 경제 지형이 출렁거릴 정도다. 불똥은 벌써 한국 기업에까지 튀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내에 가전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삼성전자 측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관세 위협'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면서 "미국 현지 가전공장 건설을 포함해 여러가지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테네시주 등 한두 곳을 현지 공장 후보지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압박과 직결돼 있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도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숨기지 않았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중국과 멕시코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 관련 공약들을 쏟아냈다. 최근에는 포드, 도요타 등 특정 기업을 상대로 국경세를 거론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미국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다. 실제로 그의 발언은 단순한 엄포로 끝나지 않고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을 받던 포드 등 몇몇 미국 회사들은 이미 공장 해외 이전 계획을 백지화했다. 압박이 자국 기업에만 그치는 것도 아니다. 5일(현지시간)에는 외국기업 중에는 처음으로 도요타를 겨냥해 "미국에 공장을 지어라.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한다"고 경고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멕시코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던 도요타는 "멕시코 투자로 미국의 고용이 줄어들 일은 없다. 트럼프 정권과 함께 고객과 자동차산업에 최선을 다하도록 협력하고 싶다"며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가 취임 이후 얼마만큼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미국을 떠나는 기업에 3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 등에 대해서는 이미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나오고 있다. 특정 기업을 상대로 한 지나친 간섭은 민간의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에드먼드 펠프스 교수는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민간기업 때리기를 "1930년대 이탈리아와 독일의 파시스트 정부 이후 볼 수 없었던 협동조합주의(corporatist) 경제정책의 확산"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수출이 중요한 한국으로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압박을 관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사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무역 규제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미국 현지 가전공장 건설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리는 국제 통상 무대가 적자생존과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냉혹한 환경이라는 점을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우리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민관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동향을 기민하게 파악하면서 통상외교를 한층 더 강화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새로운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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