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식으면 반품되나요…영화 '매기스 플랜'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 잘살고…
영화 '매기스 플랜(Maggie's Plan)'은 남녀 간 사랑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을 비트는 작품이다.
대학교 교직원 매기(그레타 거윅)는 결혼하기는 싫지만, 아기는 낳고 싶어한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찾기 어렵고, 나를 6개월 이상 사랑해줄 남자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매기가 찾은 대안은 인공수정이다. 지금은 소박하게 피클을 만들어 파는 청년 사업가지만, 학창 시절 수학 천재였던 동문의 '유전자'를 빌리려 한다.
그러나 매기의 이런 계획은 존(이선 호크)의 등장으로 180도 바뀐다.
대학교수이면서 소설가를 꿈꾸는 존은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매기에 반한다. 그는 자신보다 더 똑똑하고, 성공에만 목매는 아내 조젯(줄리언 무어)과의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차였다.
매기 역시 존을 사랑하게 되고, 두 사람은 결국 결혼해 아이까지 낳는다.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도 잠시, 존은 오로지 소설 쓰기에만 매진한다. 그런 존에게 지쳐가던 매기는 조젯이 아직 남편을 잊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존을 전처에게 '반품'하려는 새로운 계획(plan)을 추진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여성 감독 레베카 밀러는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현대인의 가족관계와 이리저리 꼬여버린 연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는 실타래처럼 꼬인 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사랑에 빠졌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사랑에 빠지기를 반복한다. '집착적인 독점관계'를 거부하기도 하고, '사랑이 식는 병'에 걸리면 서슴없이 '반품'도 고려한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막장 드라마처럼 느껴지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어우러지면서 허무맹랑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적이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모습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주연 배우 모두 반전의 매력을 보여준다. '비포 미드나잇'(2013) 등 '비포…'시리즈를 통해 청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선 호크는 사랑에 빠져 조강지처를 버렸다가도, 다시 전처와 새 부인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애어른'으로 나온다. 몇 번 안 만난 매기에 느닷없이 사랑을 고백하고, 자신의 재능을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전처와 다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아이를 사랑하는 모범생 엄마이면서도, 결혼에 대해선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 매기를 연기한 그레타 거윅, 겉으로는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사실은 남편만을 사랑하는 조젯 역을 맡은 줄리언 무어 역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대학교 교직원, 인류학자, 명문대 학과장 등 소위 지식인이다. 지적이고 현학적인 대화를 나누지만, 그 누구보다 본능에 충실하며 속물처럼 행동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영화 속 무대는 미국 뉴욕이다. 온갖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가 어우러진 뉴욕에서라면 그 어떤 연애담도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1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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