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어떻게 형성됐을까…'다중 소충돌설'의 부활?
이스라엘 연구진 "다중 소충돌 가설이 현재 달 특성 설명에 적합"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달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달은 천체 중 인간에게 가장 친숙하고 우주탐사로 가장 많이 연구됐지만 정확한 형성과정은 여전히 과학이 해결해야 할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연구진은 10일 달이 원시지구와 화성 크기의 원시행성 간 충돌로 만들어졌다는 단일 거대충돌(single giant impact) 가설보다 원시지구와 작은 천체들이 여러 차례 충돌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다중 소충돌(multiple smaller moonlet-forming impacts) 가설이 현재의 달을 더 잘 설명한다고 주장했다.
랄루카 루푸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서 달보다 훨씬 작은 원시 천체들이 지구와 충돌하는 상황을 860여 차례 시뮬레이션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달 형성 이론은 1970년대 제시된 단일 거대충돌설로 원시지구와 화성 크기의 원시행성이 충돌, 지구에서 떨어져 나간 물질들과 충돌 행성의 잔해가 뭉쳐 달이 됐다는 것이다.
단일 거대충돌설은 현 지구-달 체계를 잘 설명하지만 달 구성성분이 지구와 놀랍도록 비슷한 점은 설명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지구와 달에 포함된 산소-16과 방사성 동위원소 산소-17 및 산소-18의 비율, 티타늄-47과 티타늄-50 비율, 텅스텐-184와 텅스텐-182의 비율 등은 거의 일치할 정도로 비슷하다.
지구와 달의 성분이 이처럼 유사하다는 것은 달의 구성성분의 대부분이 지구에서 왔음을 뜻하지만 원시지구와 화성 크기의 원시행성이 한차례 충돌을 일으켰다는 단일 거대충돌설로는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루푸 박사팀은 이 연구에서 질량이 달의 100분의 1∼10분의 1인 원시 천체가 원시지구와 충돌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864차례의 시뮬레이션 중 750차례에서 상당량의 물질이 지구에서 튕겨 나와 지구 주위에 달 형성에 필요한 원반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원반 물질이 뭉쳐져 달 크기의 최대 5분의 1 이하인 미니 달이 만들어지고 이런 충돌이 반복돼 만들어진 미니 달들이 합쳐지는 과정이 20여 차례 거듭되면서 현재와 같은 달이 만들어졌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다중 소충돌설에서는 충돌 후 지구 주위에 주로 지구에서 떨어져 나온 잔해가 원반을 이루었다가 뭉쳐지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지구와 달의 구성성분이 매우 비슷한 것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그러나 다중 소충돌설도 일정 조건을 갖춘 소규모 충돌이 수백만년 이상에 걸쳐 수십 차례 일어나야 하는 등 변수가 많아 달 형성과정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의 개러스 콜린스 교수는 논평에서 "연구진이 '달은 단일 대충돌이 아니라 일련의 소규모 충돌로 생성됐다'는 거의 폐기된 가설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최종 판정을 하려면 두 이론 모두 더 확고한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최영준 박사는 "이 연구는 다중 소충돌설을 다시 살펴봐야 하는 아니냐 화두를 던져주지만 단일 거대충돌설을 부정할 만큼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현상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 "두 가설이 배타적인 게 아니고 둘을 절충하는 게 관측된 현상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닌지 고민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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