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스케이트, 손기정 월계관·엄복동 자전거 '어깨 나란히'
문화재청, 문턱 낮추기…'스포츠 문화재' 등록 활성화될 듯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피겨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26)가 '금빛 연기'를 펼칠 때 신었던 스케이트가 등록문화재로 후대에 이름을 남길 길이 열리면서 '스포츠 관련 등록 문화재'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재청은 9일 2017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작·건설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은 사물과 건축물도 문화재로 등록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신었던 스케이트를 등록문화재가 될 수 있는 예로 들었다.
'피겨퀸' 김연아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피겨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피겨 변방이었던 한국의 이미지를 '피겨 강국'으로 바꿔놓았다.
김연아가 신었던 스케이트는 이탈리아 회사인 '리 스포르트(Ri sport)'에서 만든 부츠와 영국의 '존 윌슨 스케이트'사의 스케이트 날로 구성됐다.
2007년부터 '리 스포르트'에서 스케이트 부츠를 지원받은 김연아는 2010년 1월 새로 제작한 스케이트를 신고 한 달 동안의 적응 기간을 거쳐 '금빛 연기'를 펼쳤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제작·건설·형성된 후 50년이 지난 문화재 중 역사·문화·예술 등의 분야에서 기념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는 것을 등록하게 돼 있다.
하지만 년'이라는 문구 때문에 50년을 넘지 않은 근현대 문화재들이 보호받지 못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해 의원입법으로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제출됐고, 이제 시행규칙 개정을 앞두면서 년 문구'가 사라지게 됐다.
이 때문에 스포츠 분야에서는 한국 피겨 역사를 새로 쓴 김연아의 '유물'도 등록문화재가 될 길이 열렸다.
문화재청은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에서 사용한 물건 가운데 스케이트에 힘겨운 훈련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판단해 '등록문화재가 될 수 있는 좋은 예'로 선택했다.
김연아는 밴쿠버 올림픽 때 신었던 스케이트를 자택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외에도 2007년부터 경기복으로 입어온 드레스도 잘 보관하고 있다.
김연아 측은 "2006년 이전 주니어 시절에 입었던 드레스들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기도 했었다"라며 "이후로는 주요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기념이 된 드레스들은 잘 보관하고 있다. 14벌~20벌 정도 된다"고 귀띔했다.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스케이트의 소유자인 김연아가 등록문화재 신청을 하고,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사해 선정하는 절차가 남는다.
지금까지 올림픽과 관련된 등록문화재로 가장 유명한 것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세계신기록(2분29초2)으로 우승한 손기정(1912~2002)의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유물'이다. 이 유물(금메달·월계관·우승상장)은 등록문화재 제489호로 지정됐다.
일본 식민지 시절 스포츠영웅으로 이름을 날린 사이클 선수 엄복동(1892~1951)이 타던 자전거도 등록문화재 466호로 지정돼 있다.
또 1948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 파견 경비 충당을 위해 올림픽후원회가 1947년 12월 1일에 발행한 올림픽후원권도 등록문화재 제490호로 지정됐다.
이밖에 1948년 런던올림픽 당시 한국선수단 이원순 고문의 여행증명서(등록문화재 제491-1호)와 단복(등록문화제 제491-2호), 재미한인 2세 세미 리가 입었던 미 대표팀 수영복(등록문화제 제501호), 국내 최초 프로골퍼 연덕춘의 골프채(등록문화제 제500호) 등도 중요한 스포츠 유물로 남아있다.
hor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