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분기에 소폭 악화 전망…車·섬유 '흐림'
무역연구원 수출산업경기전망 조사…수입규제·원재료값 상승 우려 커져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국내 수출기업들은 올해 1분기 수출이 전 분기보다 소폭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원재료 가격 상승, 세계적 경기 부진 등으로 인해 섬유, 자동차 부문의 수출이 저조하겠다고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원은 수출실적 50만 달러 이상 회원사 2천 개(응답률 27.8%)를 대상으로 지난달 20∼27일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를 진행한 결과 EBSI 지수는 93.6으로 지난해 4분기의 94.5보다 떨어졌다고 9일 밝혔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표다. 다음 분기 수출경기가 전 분기보다 개선할 것으로 보이면 100보다 큰 값, 악화할 것으로 보이면 작은 값을 가진다.
EBSI 지수는 지난해 1분기 101.4에서 2분기 98.7로 떨어진 후 4분기 연속 100을 밑돌았다.
품목별로 보면 섬유·의복 및 가죽제품(80.2), 석유제품(83.3), 농수산물(84.4), 화학공업(87.0),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88.4) 분야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특히 낮았다.
무역연구원은 "섬유는 수출물량이 늘고 있음에도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인한 단가 하락이 지속하면서 전 분기보다 수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자동차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신차 수요 감소와 해외생산 확대 가능성이 기대감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전(133.3), 생활용품(105.0), 의료·정밀 및 광학기기(104.7)는 1분기 수출이 전 분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생활용품 EBSI 지수는 전 분기 92.5에서 105.0으로, 가전은 100.0에서 133.3으로 상승했다.
무역연구원은 "생활용품은 화장품 등이 중화권에서 계속 인기를 끌고 있고, 의료기기 또한 인구 고령화, 건강·미용에 대한 관심 증가, 중국의 의료기기 시장 확대로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수출 애로 요인으로는 응답 기업 중 가장 많은 17.4%가 '원재료 가격 상승'을 꼽았다.
'수출대상국의 경기 부진'과 '바이어의 가격 인하 요구'(각 13.8%), 원화 변동성 확대(11.9%), 물류비용 상승(8.9%), 개도국의 시장잠식(7.9%), 수출대상국의 수입규제(6.8%) 등이 뒤를 이었다.
전 분기 조사와 비교하면 원재료 가격 상승과 수출대상국의 수입규제에 대한 우려가 특히 커졌다.
해당 요인을 지목한 응답률은 전 분기보다 각각 6.2%포인트와 2.8%포인트 올랐다.
무역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퍼지면서 기업들 사이에서 중국·미국 등 주요 수출국의 수입규제 강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e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