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투자은행 시장보고서 검열…"美돈줄죄기에 긴장한 탓"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가 자국 국채를 취급하는 주요 투자은행의 시장 보고서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를 가할 조짐을 보인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본이 대거 이탈해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8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재무부는 이르면 9일부터 자국 국채 경매를 대행하는 20여개 '프라이머리 딜러'(국채전문딜러) 은행에 대한 규제 신설 방안을 논의한다.
재무부 당국자는 "시장 불안정을 초래하는 불필요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내부용과 외부 공개용 보고서의 내용을 다르게 작성하는 행태 등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재무부는 이 은행들이 내놓는 자국 관련 시장 보고서에 "추측성이거나 부정확한 내용이 들어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1일 미국 투자은행 JP 모건과의 관계를 단절한 조치와 동일선상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JP모건은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인 지난해 11월 13일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 국채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비중축소'(underweight)로 낮췄다.
이 보고서가 나온 직후 인도네시아 국채 시장은 큰 폭으로 출렁였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부정확한 보고서로 시장혼란을 야기했다면서 JP모건의 프라이머리 딜러 자격을 박탈하고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처럼 투자은행의 보고서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인도네시아 국채 발행 물량의 37% 이상을 외국인이 갖고 있어 자본 유출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3주일간 무려 20조1천500억 루피아(1조8천억 원) 어치의 인도네시아 국채를 팔아치웠다.
인도네시아 국채 시장은 이후 안정세로 돌아섰으나, 역시 국채 발행 물량의 40%가량을 외국인이 가진 이웃 말레이시아의 경우 역외 링깃화 거래 단속 등 조치가 역효과를 내면서 자본유출이 계속돼 불과 2개월만에 통화가치가 6% 이상 급락하는 등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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