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민주화 아버지' 수아레스 前대통령 타계…국내외 애도(종합2보)
대학 때부터 독재반대 투쟁…포르투갈 최초 민주 선거 승리 후 총리·대통령 역임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고인 높은 위상의 정치인"
(카이로·파리·서울=연합뉴스) 한상용 박성진 특파원 김수진 기자 = 포르투갈에서 '근대 민주화의 아버지'로 평가받은 마리우 수아레스 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92세 일기로 별세했다.
수아레스 전 대통령이 입원 치료를 받아 온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의 병원 대변인은 이날 그의 별세 사실을 발표했다.
병원 측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지 않았으나 가족은 수아레스 전 대통령이 2013년 이후 계속 병치레를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작년 12월 13일부터 리스본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지고 나서 집중 치료를 받아 왔으며 상태가 개선되는 듯했으나, 혼수상태에 빠진 뒤 회복하지 못했다.
포르투갈 사회당의 설립자이기도 한 수아레스 전 대통령은 수십 년간 포르투갈 정치에 몸담았으며 외무장관과 총리, 대통령을 역임했다.
수아레스 전 대통령은 1924년 12월 7일 수도 리스본에서 태어났다.
그는 독재자 안토니오 올리베이라 살라사르에 저항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으며, 그 역시 대학 시절부터 살라사르 독재 반대 운동을 하며 12차례 투옥 생활을 했다.
1976년에는 포르투갈 최초 민주적 선거에서 사회당이 승리해 총리를 맡았다. 그는 1986년 대통령에 취임했으며 최대 임기인 10년을 채우고 퇴임했다.
재임 중 가장 큰 업적으로는 1986년 포르투갈이 유럽연합(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것이 꼽힌다.
포르투갈의 EU 가입에 앞장섰던 그였지만 2011년 재정 위기 때 포르투갈이 국제통화기금(IMF), EU 등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780억 유로(약 103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대가로 긴축정책을 시행하자 강력히 비판했다.
수아레스는 긴축정책을 요구한 독일 등을 겨냥해 "야만적인 자본주의"라고 비난했다.
수아레스 전 대통령은 따뜻한 성품의 휴머니스트로 잘 알려졌다.
그는 생전 "인간애와 그 개선"을 믿으며, 스스로에 관해 "살아갈 의지가 충만하고 엄청난 호기심에 대한 의욕이 넘친다"고 설명했다.
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외 주요 인사의 애도가 이어졌다.
사회당 소속의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우리는 자유를 위해 평생을 바친 인물을 오늘 잃었다"면서 애도했다.
포르투갈 총리 출신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은 "유럽과 세계에서 드물게 높은 정치적 위상이 있던 정치인이었다"고 고인을 높이 평가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모든 포르투갈인에게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은 수아레스가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정적도 존경한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9일부터 사흘 동안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수아레스의 장례식은 10일 국장으로 치러진다.
한편, 수아레스 전 대통령은 슬하에 두 자녀를 뒀으며 이중 조아우는 아버지의 길을 따라 정계에 입문해 리스본 시장을 역임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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