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권 몫?"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 논의 제자리걸음
반 년 넘게 공청회도 못해…국방부 "민감한 문제로 논의 신중"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작년 5월 국방부가 발표한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안'이 지금껏 반 년 이상 별 진전 없이 논의가 헛돌고 있다.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찮은 데다 탄핵 정국에 따른 불확실성도 겹치면서 결국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이 차기 정부 몫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정부·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방부와 미래창조과학부·교육부는 작년 5월부터 연말까지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안과 관련해 수차례 실무 협의를 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입영 인원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국방부의 주장과 '이공계 병역특례는 국내 연구개발(R&D)과 산업발전에 기여한 바가 큰 만큼 존치해야 한다'는 미래부·교육부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는 것이다.
또 대학생·연구자·기업인 등 이공계 병역특례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도 밟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측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언제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할지 일정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회와 과학기술계에서는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 문제가 차기 정부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국방부로서도 현 정부 아래에서는 폐지안에 관해 적극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에는 일단 이공계 병역특례 제도를 고칠 계획이 없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국내 한 이공계 대학의 고위 관계자도 "폐지안을 관철하려면 대학 등을 상대로 설득 절차를 서둘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반년 넘게 없었다"며 "과학기술계에서는 불가피하게 이 논의가 다음 대통령선거 이후에야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말했다.
이공계 병역특례는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 등 두 종류가 있다. 산업기능요원은 특정 자격증을 갖고 중소기업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면 병역이 대체되는 것이 골자이고, 전문연구요원은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가 병무청 지정 연구기관에서 R&D 업무에 종사하며 군 복무를 대신하는 제도다.
국방부는 저출산으로 입대 인원이 줄며 병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고 이공계 병역 특례가 개인의 학업·경력을 돕는 '특혜'란 비판도 있어 제도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미래부 등은 이공계 병역특례 제도 폐지가 한국 과학기술 역량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공계 대학원생 80%가 병역특례가 없어지면 국내 박사 진학을 포기한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제도가 폐지되면 이공계 기피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의대·치대·한의대 대신 이공계 학과를 택한 인재들도 해외유학과 해외취업을 택하는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공계 병역특례 논의가 다음 정부로 넘어갈 개연성과 관련해서는 "미래부 등과 합리적 대안을 계속 찾겠다"고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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