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품으로 돌아온 청남대, 누적 관광객 1천만명 '눈앞'
일반 개방 13년 10개월만에…충북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가 누적 관광객 1천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997만6천855명을 기록한 청남대는 입장 추세를 고려할 때 다음 달 1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청남대가 2003년 4월 20일 일반에 개방된 지 13년 10개월 만이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는 서슬이 시퍼렇던 5공화국 시절인 1983년 건설됐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해 "이런 곳에 별장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돼 지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청호 변 170여만㎡ 규모에 청남대가 들어서면서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는 바람에 인근 주민은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대통령이 방문할 때는 경찰이 1주일 전부터 마을 곳곳을 샅샅이 수색할 정도로 삼엄한 경비를 펼쳐 주민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 탓에 1988년 열린 국회 5공 비리 조사특위의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폐쇄가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이곳을 여름 휴가 장소 등으로 사용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청남대 구상'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위주의 상징으로 남아 있던 청남대를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선거 공약을 지키면서 이곳이 일반인에 개방됐다.
"지하에 대규모 수족관과 대청호를 관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다", "황금으로 된 식탁이 있다"는 등 소문이 무성했던 대통령 별장에 대한 비밀의 문이 열린 것이다. 세간의 이런저런 풍문과는 달리 공개된 청남대 모습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신군부시절 지어진 대통령 별장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소박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그렇지만 전직 대통령들의 내밀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어필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개방 첫해 53만명이 입장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는 100만6천여명이 찾는 등 중부권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그러나 2005년부터 관광객이 줄어들기 시작해 2009년에는 50만380명으로 떨어지면서 한때 애물단지가 되기도 했다.
그 뒤 충북도가 청남대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홍보를 강화하면서 다시 관광객이 증가해 2012년 80만438명으로 늘었다.
2013년 83만5천명, 2014년 82만6천명, 2015년 83만3천명, 지난해 83만9천명이 입장하는 등 5년 연속 한해 관광객이 80만명을 웃돌았다.
입장객 수입도 역시 2004년 30억7천700만원까지 올랐다가 2009년에는 15억6천100만원으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지난해는 27억9천500만원으로 상승했다. 누적 입장료 수입은 316억9천900만원이다.
개방 초기 대통령이 머물렀던 본관과 마사토 흙길인 500여m의 산책로, 대통령이 휴가철에 즐겼던 골프장 등이 고작이었으나 10여 년 동안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면서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청남대 주변 13.5㎞를 대통령 길로 조성, 구간별로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 둘레길을 조성했고, 곳곳에 장미 등으로 꾸민 '사랑의 터널', 팔각정자, 소공연장, 행운의 계단, 병영체험장 등 다양한 문화·체험공간도 만들었다.
둘레길에는 다양한 야생화를 심어 계절별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대통령 역사문화관도 새로 지어 대통령 관련 자료, 취임식 영상, 외국 원수 등으로부터 받은 선물 복제품 등이 전시돼 있다.
청남대를 이용한 5명의 대통령이 사용한 물품 1천500여 점도 전시돼 있다.
대통령 광장을 만들어 역대 대통령의 특징을 살린 청동상을 설치했다. 산책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골프 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 조깅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 책을 읽는 김대중 전 대통령, 자전거 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실물 크기로 자리 잡고 있다.
봄꽃 축제, 국화축제, 역대 대통령 주간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펼치고 있다.
청남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청남대가 일반에 개방된 지 13년이 넘어서면서 입장객이 1천만명을 웃도는 등 충북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라잡았다"며 "역대 대통령의 역사를 보면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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