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자사주 매수에 나서고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지난 한 주 국내 증시는 좀처럼 상승 동력을 찾지 못했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반도체 대형주 매물이 쏟아진 데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까지 겹치면서 코스피는 '7천피' 탈환에 실패한 채 한 주를 마쳤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8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124.07포인트(1.79%) 내린 6,788.88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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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첫 거래일인 24일부터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코스피는 이날 3% 넘게 급락하며 6,700선 아래로 밀렸다.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90조∼110조원에 달하는 주주환원 시행방안을 이사회에서 의결했지만 시장 반응은 오히려 냉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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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관 등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기대했던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실망감이 확산했고, 재료소멸에 따른 '셀온'(Sell-on·호재 속 가격하락) 현상까지 겹치며 최근 40조원대 주주환원을 발표한 SK하이닉스도 덩달아 주가가 내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후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고 코스피도 이후 낙폭을 꾸준히 만회했지만 지수를 강하게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도 국내 증시를 7,000선 위로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한국시간으로 27일 새벽 글로벌 엔비디아가 시장 눈높이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호실적을 내놓자 개장과 동시에 코스피가 6,996.12까지 올라 '7천피' 탈환에 도전하기도 했으나 곧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는 흐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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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미국 국채금리 고공행진과,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잭슨홀 회의 연설을 앞둔 경계심리까지 유입되면서 결국 코스피는 약세로 돌아선 채 한 주 거래를 마무리했다.
지난 1주일여간 삼성전자는 임직원 주식보상, SK하이닉스는 소각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대거 매입했으나, 이를 주가를 크게 내리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차익을 실현할 기회로 간주한 '큰 손' 투자자들은 대량의 매물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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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8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15조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수할 것을 공시했고, SK하이닉스도 8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 40조원의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타법인'은 20∼28일 7거래일간 무려 10조942억원에 이르는 삼성전자(2조4천736억원)와 SK하이닉스(7조6천207억원) 주식을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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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은 두 종목을 7조6천685억원 순매도했고 개인 역시 2조7천974억원을 팔아치웠다. 기관 전체로는 3천4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연기금은 3천70억원 매도 우위였다.
결국 삼성전자는 전주보다 8.70% 급락한 25만7천원으로 지난주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전주 대비 4.45% 내린 165만3천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일정상 기타법인의 순매수 흐름은 앞으로도 최소 한 달 반가량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외국인 등 다른 투자 주체의 매도가 계속될 경우 뚜렷한 주가 상승세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AI 산업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앤트로픽이 9월 말에서 10월 초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이란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초대형 IPO 이벤트를 앞두고는 청약전 실탄(현금) 확보 수요 탓에 대개 한두 달 전부터 주도주에서 자금이탈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 주 국내 증시에는 미국발 악재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뉴욕증시에서는 워시 연준 의장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 여파로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0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25% 내렸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52% 하락했다.
워시 의장은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우리의 책무 중 하나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볼 때, 관련 지표들이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겐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빠르게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이 반영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57.5%로 뛰었다. 전날 35.4%에서 20%포인트 넘게 급등한 수준이다.
미국 AI와 반도체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전날 9% 가까이 급등했던 엔비디아는 4.57%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AI 칩 우회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수출통제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 등에 차익실현 매물이 몰린 영향이다.
브로드컴(-0.74%), AMD(-2.33%), 인텔(-2.85%), 마이크론(-0.27%), 시게이트(-2.06%) 등도 내리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47% 급락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빠른 성장세도 국내 반도체주에는 부담이다.
창신메모리의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87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국의 메모리 자립과 범용 디램(DRAM) 공급 확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기존 3사의 가격결정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됐다.
한국 증시와 관련된 주요 투자심리 지표도 일제히 하락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상장지수펀드(ETF)는 1.07% 내렸고, MSCI 신흥지수 ETF도 0.70%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47% 급락한 가운데 러셀2000지수는 1.39%의 낙폭을 기록했고, 다우 운송지수는 0.29% 내렸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AI와 반도체 관련 주요 이벤트와 미국 통화정책 변수를 살피며 방향성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아시아 최대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타이완 2026'이 개막하고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T&D 월드 라이브'가 9월 1∼3일 열린다. 9월 2일에는 브로드컴의 실적발표도 예정돼 있다.
최대 이벤트는 15∼16일 열릴 FOMC다. 이에 앞서 발표되는 미국의 8월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향후 기준금리 경로를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미 노동부는 다음 달 4일 8월 고용보고서를, 11일에는 8월 CPI를 각각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