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마켓펀드(MMF, 단기금융펀드) 등 국내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해외 블록체인 시장에서 토큰증권을 발행·유통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향후 원화 채권은 물론, 국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바탕으로 한 여타 원화자산에도 적용 가능성이 있어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증권부 고영욱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ADVERTISEMENT
고 기자, 먼저 이번에 금융당국이 무엇을 허용한 건가요?
<기자>
금융위원회가 국내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토큰증권(STO)을 발행하고 판매하는 행위를 현행 전자증권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내놨습니다.
ADVERTISEMENT
물론, 국내 금융사가 발행한 MMF 상품에 한정된 질의에서 이처럼 유권해석을 내린 건데요. 분산원장 규정을 담은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내년 2월에나 시행되는 상황에서 규제 공백기에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향후 원화 채권, ETF, 국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바탕으로 한 여타 원화 자산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관심이 주목됩니다.
<앵커>
그럼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바뀌는 겁니까?
<기자>
구조를 쉽게 말씀드리면 국내 운용사가 만든 금융상품을 해외 업체가 사들여 해외에서 다시 파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판매하냐. 블록체인에서 거래될 수 있는 토큰형태로 판매하는 겁니다.
ADVERTISEMENT
재료가 되는 상품은 국내 자산운용사가 만든 머니마켓펀드, MMF를 입니다. MMF는 국채나 기업어음 같은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일종의 ‘파킹통장’입니다.
국내 금융회사와 독립된 해외 기관이 이 MMF를 사서 역외 펀드에 담고, 이 역외 펀드의 지분을 블록체인 토큰 형태로 발행합니다. 해외 투자자는 이 토큰을 사서 MMF에서 발생한 이자수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ADVERTISEMENT
금융위원회는 발행과 판매가 모두 해외에서 이뤄지고 국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현행 전자증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해외 투자자에게 사모로만 판매해야 하고, 국내 거주자의 매수와 재판매를 기술적·계약적으로 차단해야 합니다.
ADVERTISEMENT
<앵커>
그러면 국내 자산운용사는 어떻게 돈을 벌게 되는 건가요?
<기자>
토큰을 발행해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모집된 돈을 운용하면서 보수를 받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 기관이 토큰을 팔아 1조원을 모집하고 이를 전부 국내 MMF에 넣으면, 해당 운용사의 펀드 설정액이 1조원 늘어납니다.
다만 MMF의 보수는 통상 연 0.1%, 즉 10bp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습니다.
따라서 당장 큰 실적을 내기보다는 국내 운용사가 해외 온체인 자금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판매망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키움증권은 MMF 토큰화를 “단순 실험을 넘어 온체인 금융을 현실화하는 첫 단계”로 평가했습니다. 토큰화 MMF는 스테이블코인보다 신용위험이 낮으면서 이자도 받을 수 있어, 가상자산 업계의 수요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삼성증권도 이번 유권해석으로 ‘국내 자산 공급과 해외 토큰화’ 구조의 법적 불확실성이 완화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출범을 앞둔 국내 토큰증권 거래시장과도 연결되는 겁니까?
<기자>
현재로서는 별개의 시장입니다. 거래할 수 있는 사람도, 거래되는 상품도 다릅니다.
토큰증권(STO)거래소는 국내 투자자가 부동산이나 미술품, 한우 같은 비정형 자산의 수익권을 거래하는 시장입니다. 국내법에 따라 발행하고 허가받은 국내 인프라에서 유통합니다.
반면 이번에 허용된 구조는 해외에서 발행해 해외 투자자끼리만 거래합니다. 국내 거주자에게 넘어오는 순간 이번 유권해석의 전제가 깨지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 그대로 상장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시장의 변화 방향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내 토큰증권 논의는 조각투자에서 출발했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MMF와 국채 같은 기존 금융상품의 토큰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해석으로 국내에서는 폐쇄형 인프라를 구축하고, 해외에서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해 원화 자산을 유통하는 두 갈래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앵커>
실제 상품 출시와 시장 확대까지는 어떤 과제가 남아 있습니까?
<기자>
우선 이번 결정은 상품 출시 허가가 아니라 특정 구조가 국내 전자증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법령해석입니다.
신한자산운용이 원화 초단기채펀드의 해외 토큰화를 실증하고 있지만 아직 상품명과 발행 규모, 목표 운용자산은 모두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과 환헤지 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 달러와 미국 국채를 기초로 한 상품처럼 충분한 수요가 생길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법적 문은 열렸지만 실제 시장 규모는 해외에서 얼마나 많은 원화 자산 수요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는 의미입니다.
또 이번 해석은 MMF를 담은 특정 역외 펀드에 한정됩니다. 채권이나 ETF, 부동산 등 다른 원화 자산도 자동으로 허용된 것은 아닌데요. 향후 확대 여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