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역대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주가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110조원에 달하는 주주환원을 발표한 삼성전자 주가는 9% 가까이 급락했지만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한 SK하이닉스가 주주환원 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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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8.70% 내린 25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21일 27만원에 마감한 주가는 하루 만에 26만원 선마저 내줬다. SK하이닉스는 3.41% 하락한 167만1,000원을 기록했다.
전체 환원 규모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훨씬 큰데도 시장 반응은 정반대였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장 마감 후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전량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일부터 오는 11월 19일까지 시가총액의 3.3%에 해당하는 2407만주(40조원)를 매입해 전량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식 수 자체를 줄여 주당 가치를 영구적으로 높이는 자사주 소각을 더 직접적인 주가 부양책으로 받아들인다. SK하이닉스는 환원책 발표 즉시 보통주 2407만주,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에서 매입해 전량 소각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는 20일부터 하루 약 65만주씩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이는 일평균 거래량의 12~15%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발표 다음날인 20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73% 급등한 169만1,000원에 마감, 21일 주가도 20일 대비 2.3% 상승한 17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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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2026년 주주환원 재원이 90조~1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정규 분기배당 2조4,500억원과 추가 현금배당 27조5,500억원 등 약 30조원은 올해 3분기에 지급하기로 했다.
당초 삼성전자의 주주환원과 관련해 시장은 대규모 보통주 소각을 기대하고 이를 주가에 선반영해 왔지만, 실제 공개된 방안은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으로 매수세에 제한된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배당금은 주주에게 직접 지급될 뿐 매수세와 직결되지 않는다.
나머지 재원은 현금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소각에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추가 환원의 방식과 시기는 오는 10월 공개하고, 정확한 규모와 집행 방식은 내년 1월 확정하기로 했다. 전체 재원은 공개됐지만 주가에 직접 영향을 줄 자사주 소각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60조~80조원 규모의 잔여 재원의 구체적인 환원 방식에 대한 결정을 2027년 1월 이사회로 미루면서, 실망 매물이 출회하며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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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반도체 선도주인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온도차가 나타난 것은 총액보다 당장 주주가치에 얼마나 반영되는가 여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분기 배당을 제외한 구체적인 환원 방식이 불확실한 점이 투심 냉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이번 (주주환원책) 발표에서 올해 이후 시작되는 3개년 계획 등이 업데이트되지 않았던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며 "시장은 올해 3분기 또는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새로운 3개년 정책을 포함한 내용을 듣기를 원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영곤 토스증권 연구원은 "같은 금액을 주주에게 돌려주더라도 수급 측면에서는 배당보다 주식 수를 줄이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주가에 훨씬 직접적"이라며 "단기 주가 수급 효과는 소각을 강화한 SK하이닉스가 더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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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가 서로 다른 환원 방식을 택한 데는 공정거래법과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른 규제 환경의 차이가 꼽힌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인 SK스퀘어가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지분을 최소 2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하면서 SK스퀘어의 지분율이 20%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ADR 발행으로 지분율이 20%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하이닉스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 SK스퀘어의 지분율은 추가 자금 투입 없이도 상승하게 되면서 법적 요건을 방어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정반대의 규제 장벽에 마주한 상황이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1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생명(8.51%)과 삼성화재(1.49%)가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합산 지분율은 정확히 10.00%로 법적 한도에 도달해 있어 보통주를 소각할 경우 금융계열사의 지분율이 법정 한도를 초과해 지분 강제 매각 리스크가 불거지게 된다. 대규모 시설투자(CapEx) 집행에 따른 현금 소모 부담도 자본 배분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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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장은 삼성전자 주주환원 정책의 불확실성에 단기적으로 반응하고는 있지만 증권가의 시선은 이번 주주환원안에서 끝나지 않고 2027~2029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으로 향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과 맞물린 삼성전자의 실적 질주 전망이 유효하고 내년 주주환원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FCF의 50%인 기존 주주환원 정책을 차기 3개년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향후 3년간 삼성전자는 최소 600조원 이상의 주주환원 재원이 발생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주주환원 규모는 기존 3개년(2024~2026년) 대비 4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내년 1월 삼성전자는 2029년까지의 차기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FCF의 50% 환원이라는 기존 정책을 차기 3개년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600조 원의 환원 재원이 발생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주환원 규모가 기존 대비 4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