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869.83

  • 108.11
  • 1.55%
코스닥

834.20

  • 30.45
  • 3.52%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연재 목록 보기 >

미·일 간 엔저 저지 공조 개입…왜 너무 쉽게 무너지는 건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미·일 간 엔저 저지 공조 개입…왜 너무 쉽게 무너지는 건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이제 2개월 남짓 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전반기 경제 성과를 평가하는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평가 잣대인 경제고통지수(MI=소비자물가상승률+실업률)로 보면 조 바이든 정부의 전반기에 못지않다. MI에서 성장률을 차감한 신경제고통지수(NMI)로 보면 오히려 낫다. 과연 집권당인 공화당이 승리할 것인가?

    문제는 트럼프 정부가 최우선 순위를 둬 해결하려던 쌍둥이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취임 직후부터 대공황 당시 스무트 홀리법에 버금가는 관세를 부과했으나 오히려 무역적자는 확대되고 있다. 주된 이유도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으면 빚내서 더 써도 된다는 현대통화이론에 근거해 늘어난 재정지출 때문이다.

    ADVERTISEMENT


    간단한 쌍둥이 적자 모델(X-M=S-I-G, X: 수출, M: 수입, S: 저축, I는 투자, G는 정부 지출)로 보면 재정지출이 늘어나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수입이 증가해 무역적자도 늘어난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와 재정정책이 따로 놀아 스스로 쌍둥이 적자를 악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중간선거 결과도 이 점에 대한 평가가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우려되는 것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두 가지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개선될 확률도 적다는 점이다. 하나는 관세를 강하게 부과한 국가일수록 무역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달러 가치가 무역적자 확대 주범국 통화일수록 약세는 고사하고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ADVERTISEMENT


    지난 6월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이 64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실질실효환율 보고서를 보면 엔화는 65.30, 원화는 82.99, 위안화는 92.24인 반면 달러화는 107.84로 나타났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 상대국의 환율과 물가를 반영해 특정국 통화의 대외가치를 말한다. 2020년을 100으로 이보다 낮으면 약세가, 높으면 강세가 됐음을 말한다.

    최근과 같은 현상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에도 나타난 적이 있다. 1971년 금 태환 정지 선언 이후 유럽 국가와 무역적자는 확대됐지만 달러 가치는 강세를 보이는 딜레마 국면에 놓였다. 오랜 고민 끝에 협상력 증대 카드로 보편관세를 부과하되 평가절상을 수용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면제해 주는 이원 전략을 구사했다.


    효과는 의외로 강했다.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 대상이 유럽에서 일본으로 교체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2차 오일 쇼크 이후 닥친 스테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폴 볼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대폭 올리는 과정에서 달러 가치가 강세가 됐다.

    1980년대 초반 무역적자 최대 국가인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달러당 260엔대까지 가는 초강세를 보였다.

    ADVERTISEMENT


    보호주의 색깔이 짙었던 닉슨 정부와 달리 자유무역을 표방했던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협상력 증대 카드로 보편관세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유일한 해결책은 같은 처지에 있었던 동맹국과 결탁해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절상을 유도하는 방안이었다. 논의 끝에 1985년 9월 플라자 협성이 체결됐다.

    이번에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상호관세 대법원 위법 판결 이후 150일 동안 부과했던 글로벌 관세 10% 시한이 끝날 무렵 301조에 근거해 노동착취 사유로 보편관세를 부과했다. 조만간 과잉생산 이유로 보편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양 요건을 위배할 때 최고 관세율은 25%에 달해 1970년대 초와 비슷하다.

    ADVERTISEMENT


    때맞춰 미국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가 사전에 예고도 없이 발표됐다.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10개국 중 7개국에 동아시아 국가다. 2015년 교역 촉진법 이전에 적용했던 1988년 종합무역법상으로 환율 조작국에 해당하는 조치로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발동되는 수퍼 301조에 따라 최소 100% 이상 보복관세가 부과된다.

    동아시아 7개국이 닉슨 쇼크가 우려되는 것도 이 근거에서다.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트럼프 정부가 보복관세를 잣대로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평가절상 압력을 가할 확률이 높다. 다른 한편으로는 행동 방안의 일환으로 제2 플라자 협정인 포괄적 환율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빨리 행동에 나섰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주도로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된 동아시아 7개국을 대상으로 달러 약세 시정에 나서고 있다. 외형상으로 제2 아시아 외환위기를 방지해 주겠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80일 남짓 다가온 중간선거를 겨냥해 국채 파동과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숨은 의도가 드러나고 있어 충격적이다.

    ADVERTISEMENT


    첫 대상국인 일본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취임 이후 금리 인상, 작년 말부터 달러 매도 개입 통한 엔저 저지 노력이 모두 실패했다. 오히려 정책 비용 때문에 일본 국민의 경제 고통이 심화되자 더 추진할 명분도 없어졌다. 아베노믹스 추진 이후 엔저에 베팅해 큰 동을 벌은 공매도 전문가답게 이 틈을 파고된 것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다.

    미국이 일본처럼 자체적으로 외환시장 안정 수단이 바닥 난 국가에 가장 확실하게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은 통화스와프 체결이다. 하지만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BOJ의 협조를 구하기는 어렵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간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우려가 불거질 소지가 높다.

    차선책으로 미국 재무부의 환율 안정 기금(ESF)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자국 통화를 담보로 달러화를 지원하는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일반 쿼터(general transit)와 같은 방식이다. 작년 초 페소화가 국제 환투기 세력의 공격을 받을 때 ESF 자금을 지원 받은 아르헨티나처럼 미국의 경제 예속국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일본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고민 끝에 찾아낸 것이 해외 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 채권(레포·Repo)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ESF와 다른 것은 외환위기에 처해있는 국가가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화를 공여한다는 점이다. 이 역시 Fed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통화스와프와 달리 주도권은 미국 재무부가 갖고 있다.

    FIMA 레포는 인위적인 달러 약세와 함께 대표적인 근립 궁핍화 정책이다. 미국 재무부가 이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엔저 저지 자금 마련하기 위해 일본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것을 사전 차단해 국채 파동을 줄이는 것이 1차 목적이다. 이 자금으로 일본이 엔저 저지에 성공하면 무역적자가 축소되는 2차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제3의 방안은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담보로 잡은 미국 국채 규모만큼 달러화가 풀리기 때문에 역트레핀 딜레마에 빠져 달러 가치가 약세를 띨 확률이 높다. 관세,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이 있는 Fed는 약달러로 수입 물가 상승까지 겹쳐 강요하지 않으면 FIMA 레포 자금 공여에 비협조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FIMA 레포 자금은 받은 일본은 달러 매도 개입을 허용하되 전체적으로는 유로화 매도 개입을 택하는 투 트랙 전략을 취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달러인덱스에서 유럽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어 유로화를 매도해 약세를 유도하면 달러 가치는 유지할 수 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유럽중앙은행(ECB)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일본은 더 문제다. 위기 방지 최후 보루인 외환보유고로 미국 국채에 투자해 놓았으면 최근처럼 어려운 때에 사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강한 일본·일본인 우선주의’를 주창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집권당인 자민당과 함께 국민 지지도가 50% 밑으로 떨어져 ‘아오키의 법칙’에 걸려들고 있다.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는 환시 공조 개입은 이해관계가 일치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번처럼 두 요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으면 개입할 때마다 엔·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곧바로 되돌림 현상이 나타난다. 국제 환투기 세력은 이 점을 더 노리고 있다. 엔저에 이어 원저 저지에 나설 미국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많은 사사점을 던져준다.

    (사진=연합뉴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