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최근의 주가 하락은 '작은 주름'에 불과하다고 밝혔죠.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AI 투자가 지속되는데다 반도체 기업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을 기록하고 있다며 '매수해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보면 지금은 '구조적 균열'의 초입에 들어선 상황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 메모리 긍정론…"하이닉스 260만원 간다"
모건스탠리는 6일 'Memory: A Small Wrinkle'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번역하면 '메모리 반도체: 작은 주름'이라는 제목이죠. 해당 보고서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대표기업인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0만원, 삼성전자는 37만 5000원으로 유지했습니다. 투자 비중에 있어서는 두 기업 모두 '비중 확대'를 유지했죠.
메모리 시장을 높게 평가하는 핵심은 AI 설비투자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겁니다. 주요 빅테크 4개사가 일제히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을 호소하면서 2027년 클라우드 설비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29%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죠. 그만큼 반도체 수요가 앞으로도 강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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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두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이 3배 수준까지 떨어져 매력적인 재진입 시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나타난 주가 급락은 상승장 후반부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이익 창출 능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논리입니다.
● 4분기부터 반도체 가격 상승세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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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긍정론'을 담고 있는 보고서 내부에 부정적 요인이 꽤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첫번째는 반도체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입니다. 계절적 요인보다는 '지금이 전체 사이클 중 어디쯤에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죠. 반도체 기업 실적을 분석할 때 전년 동기 대비(YoY)보다 직전 분기 대비(QoQ)를 더 중요한 지표로 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직전 분기보다 상승하는지, 어느 정도로 상승하는지에 따라 사이클 전환 시점을 가늠할 수 있거든요.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3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5~20%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2분기 상승률이 45~50% 수준인데 오름폭이 둔화될 거란 전망이죠. 낸드 가격도 2분기에는 58% 올랐는데, 3분기에는 20%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종합하면 반도체 가격이 오름세인 건 맞는데 정점에 근접한 시점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실제 보고서에서는 △4분기부터 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것 △재고도 반전돼서 증가할 것 △메모리 공급 증가가 시작될 것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제품 가격 오름세가 꺾이는데 목표주가는 아직 유지되고 있는 거죠. 아슬아슬한 대목입니다.

● 장기공급계약, 불황기에 '실적 방패' 될까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기업이 고객사와 맺은 장기공급계약(LTA)이 실적 하락을 막아줄 방패가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장기계약도 현실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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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과거에 맺은 장기계약 때문에 최근의 가파른 반도체 가격 상승세를 온전히 누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현물 가격이 200% 올랐는데, 30% 오른 시점에 3년짜리 계약을 맺어뒀다고 가정해 보죠. 결과적으로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제품을 넘기게 되는 셈이죠.
실제로 SK하이닉스는 D램값이 크게 오르기 전에 맺어둔 장기계약의 영향으로 2분기 평균판매단가(ASP) 상승률이 30%에 그쳤습니다. 시장에서는 현재 반도체 가격을 반영해 2분기 ASP가 35%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에 미치지 못했죠.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60.5조원)이 시장 전망치(64조원)를 밑돈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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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반도체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들었을 때 '장기 계약이 정말로 실적을 방어해 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저 가격 조건 같은 계약 세부 내용이 비공개라서 그 효과를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락장이 와야만 장기계약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겠죠. 그런데 막상 하락장이 시작되면 실적 둔화 우려로 주가가 먼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장기계약이 주가 상승을 이끌 무기가 되기에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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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추격과 '일회성 이익'의 착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추격 역시 우려할만한 지점입니다.
CXMT는 중국 AI 기업들과 장기계약을 맺고 2027년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죠. YMTC도 월 5만장 규모의 웨이퍼 생산시설을 증설 중이죠. 모건스탠리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 추격으로 인해 2027년 무렵에는 반도체 공급 부족이 해소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위협에도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올해 실적 전망치 상향 때문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주당순이익(EPS)을 기존 전망치보다 13%나 올려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EPS 상향 조정은 반도체 본업의 경쟁력 때문이 아닙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일본 키옥시아와 관련된 특수목적법인(SPC)에 투자했는데 최근 이 가치가 크게 뛰었습니다. 현재 지분 매각을 진행 중입니다. 반도체를 잘 팔아서 낸 수익이 아니라 투자 지분 매각이라는 일회성 이익이 실적 전망치에 크게 반영된 겁니다.
이번 모건스탠리 보고서 제목처럼 '작은 주름'이라면 다림질하듯 쉽게 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나타나는 변수들이 '구조적 균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그때는 시장의 경고를 지금보다 더 냉정히 봐라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