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식료품 업계에 '전자가격표(ESL·Electronic shelf labels)'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식료품 가격 상승과 소매업 일자리 감소에 대한 대중의 불안이 ESL 도입에 대한 반발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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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현지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 등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ESL 도입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뉴저지주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이를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하고 나섰다.
ESL은 상품진열대의 종이가격표를 디지털화해 표시하는 장치를 말한다. 업체 입장에서는 상품 가격이 바뀔 때마다 진열대의 종이가격표를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바꿔줄 필요가 없어 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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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발해 뉴저지주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서명한 '공정가격보호법'은 기업이 고객 개인정보를 활용해 소비자의 지불 의사나 지불 능력에 따라 동일한 상품에 서로 다른 가격을 매기는 차별적인 '감시 가격 책정' 행위를 금지한다.
상품 진열대 전자가격표의 신규 도입을 1년간 유예하는 내용도 담겼는데, 뉴저지주는 이 기간 전자가격표 기술의 효과와 영향을 연구한다는 방침이다.
뉴저지주 셰릴 주지사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우리 주의 가계들은 이미 물가 상승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몰래 이용해 똑같은 상품을 다른 사람보다 더 비싸게 파는 것은 그들에게 필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뉴저지주의 이번 입법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토대로 한 '감시 가격 책정' 금지를 주된 도입 취지로 언급했지만,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입법이 실제로는 고용 감축을 막으려는 유통산업 노동조합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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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SL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관련해 "항공사나 차량 호출 서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적 가격제' 방식을 식료품으로 가져오거나, 심지어 고객을 감시할 위험이 있다고 비난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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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또 "뉴저지주의 공정가격보호법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자의 구매력이 약화되고 생활비 문제가 정치적 의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책정됐다"며 "이 법의 강력한 지지 세력은 10만명의 근로자와 퇴직자를 대표한다"고 짚었다.
실제 컨설팅업체 베인에 따르면, 식료품과 휘발유 가격 상승, 연방 정부의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삭감 등의 영향으로 미국 식료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2% 감소한 걸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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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식품·상업노조(UFCW)의 아데몰라 오예페소 부회장은 "ESL 도입 유예 조치는 연로한 어머니께서 쇼핑하러 갈 시간을 정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다. 1시간 만에 가격이 바뀔 수도 있지 않나"라며 "또 노조가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올해 말까지 모든 매장에 ESL을 도입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의 우려와 관련해 월마트 측은 가격 변경은 영업 종료 후에만 이뤄지며 고객별로 다른 가격을 적용할 의도나 그럴 기술도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월마트 미국 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직에서 물러난 키어런 샤나한은 "우리는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다. 고객과의 신뢰를 쌓고 싶다"며 "우리의 가격 책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